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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태양절까지 기다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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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타파
등록일
2012-11-28 17:58:16
조회수
8518
그래서 태양절까지 기다린 거다

태양절이었다. 오늘 노동신문에 나온 ‘전쟁의 근원을 송두리째 제거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니 분명히 알겠다. 그 맨앞부분의 두문장이 모든 걸 말해준다. ‘지금 북남관계와 조선반도의 정세는 그 어느때보다 긴장하고 첨예하다.’ ‘그 어느때보다’, 그렇다. 그 어느때보다 긴장하고 첨예한 전쟁전야의 정세다. 코리아전이래 60년동안 지금보다 긴장하고 첨예한 때는 없었다. ‘특별작전행동소조’도, 3~4분안에 초토화시키겠다는 말도 처음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정적인 문장. ‘태양절경축행사를 갖은 험담으로 헐뜯다 못해 어중이떠중이들까지 내몰아 우리의 최고존엄을 악랄하게 중상모독한 이명박역적패당의 특대형도발행위로 하여 조선반도에는 언제 전쟁의 불집이 터질지 모를 초긴장상태가 조성되고 있다.’ 이것이다. 북이 정말로 전쟁을 하겠다는 결심이 다시금 확인되는 대목이다. 무슨 말인가. 바로 태양절이다.

그래서 태양절까지 기다린 거다. 북의 지도부가 결심을 하고 조선인민군총참모부에서 그 결정적 시기를 정할 때에 무엇을 고려하겠는가. 이미 상대를 단숨에 제압할 역량이 있다고 판단한 그들이기에, 관건은 군심과 민심을 휘어잡는 거고 그에 걸맞는 명분을 찾는 거다. 다시 말해, 60년만에 있는 전쟁, 모든 것을 뒤집을 전쟁에서 이제 남은 건 명분뿐이다. 북이 그 명분으로 태양절, 곧 김일성주석과 연관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의 군대와 인민에게는 태양절은 곧 김일성주석이다. 따라서 그 태양절을 모독하는 건 김일성주석을 모독하는 거고 신과 다름없는 마음의 기둥을 모독하는 거다. 그래서 ‘성전’이다. 가장 신성시되는 걸 모독하는 적과의 전쟁에서는 군대와 민중이 죽음도 불사하는 법이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코란을 모독한 미군들이 숱하게 목숨을 잃은 사건을 보라.

역시 북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김일성김정일주의고, 수령관이다. 그렇게 보면 북이 모든 선전에서 최고존엄모독을 중심에 놓고, 구체적인 사례로 남에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애도기간중에 최고존엄모독사건을 벌이고 계속 김정은제1비서를 모독하며 급기야는 태양절경축행사를 험담하며 김일성주석을 모독한 걸 드는 이유가 너무나 뚜렷하게 이해된다.

그렇게 해서 북에서는 이제 막 벌어지려는 전쟁이 김일성주석-김정일총비서-김정은제1비서라는 최고존엄과 밀접히 연관된 ‘성전’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확고해졌다. 모든 군대와 인민은 이런 대의명분을 가진 전쟁이라면 한목숨 기꺼이 바치는 걸 최대의 영예로 여기고 있다. 평소에 ‘구호나무’를 지키려다 산화한 군인들, 강릉 잠수함사건으로 자결한 군인들, 불의의 사고로 폭사한 군인들을 최고의 영웅으로 부각하는 북이다. 그러니 실제 ‘성전’이고 ‘통일전쟁’이라면 그보다 영광스런 일은 없다.

총선결과도 보고 여러 변수도 보았겠지만, 무엇보다도 전쟁의 명분에서 태양절까지, 김일성주석에 대한 모독까지 끌어내려고 기다린 거다. 무서운 호흡이고 인내심이다. 물방아에 물을 대주듯, 남은 북의 속도 모르고 북이 정말 원하는 대로 북을 모독해줬다. 과거에 이보다 심한 모독도 했으니 정말 전쟁이 터지겠나 안일하게 생각했을 거다. 한쪽은 치밀하게 작전하고 다른 한쪽은 안일하게 대처하고, 그렇게 된 거다.

과연 이런 북과 싸워 남이 승리를 할 수 있을까. 지금 남의 언론은 온통 광우병기사로 넘친다. MB정권은 스스로 약속한 걸 뒤집고 광우병쇠고기수입을 계속하고 있다. 군납비리로 지휘관이 구속되고 병사들은 성추행의 수치로 자결한다. 마지막 보루인 미군이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도 이젠 희박해 보인다. 북 발표대로라면 ‘특별작전행동’이 ‘곧’ 시작될 텐데,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은’ ‘가카’를 위해 목숨을 바칠 군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동서고금의 전쟁사는 군심과 민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수없이 증명한다. 한쪽은 ‘최고존엄’을 모독한 ‘쥐새끼들’을 ‘죽탕’쳐버리는 ‘성전’에서 목숨바치는 걸 최대의 영예로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최고권력’의 측근들과 친형마저 감옥행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과연 누가 끝까지 운명을 같이 할 건지 의심스럽다. 영악한 박근혜가 또다른 ‘최고권력’으로서 MB를 버리고 남북대결의 승자편으로 투항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원래 ‘권력’을 따라 뭉친 이들은 그‘권력’의 향배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친구도 되고 적도 되지 않던가.

이제 북은 태양절, 김일성주석에 대한 모독이라는 결정적 명분까지 틀어쥐고 군심과 민심을최고로 추동해 놓았다. 『전쟁론』의 클라우제비츠(Karl von Clausewitz)가 지금 상황을 보면 전쟁의 승패를 어떻게 내다볼까. 군심과 민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토록 강조한 인물이 아닌가. 보면 볼수록 북의 전쟁준비상태가 무섭다. 전쟁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지금 더욱 명확해졌다. 그리고 그 결과도 그만큼 명확해졌다.

조덕원
작성일:2012-11-28 17:58:16 121.127.8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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