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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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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강호
등록일
2012-04-24 22:35:44
조회수
9157
들꽃처럼



아름답고 향기 있는 꽃보다
고향 내음 나는 들꽃이 나는 좋다.
향기 있는 꽃은 누구에게나
유혹의 꽃술로 귀멀게 하고
화려한 꽃잎으로 눈멀게 하며
원숙한 웃음으로 짙은 향기를 넓게 품지만
찾는 이와 보는 이가 없는
들꽃은 황량한 빈들에
외로움으로 피는 꽃이라
향기는 은은하게 제자리에 넉넉히 맴돌고
꽃잎은 소박스레 수줍다.
또한 자기를 뿌리 내리게 한 그 꽃과
자기 씨 뿌린 그 꽃들과 한 들에
온 밤에 별을 보고
온 날에 햇살로 무지개를 보아
가슴까지 마음까지 청순하게 곱다.
정녕 계절 따라 부는 바람 앞에
흔들리는 향기 있는 꽃보단
차라리 청산에 부는 바람과
빈들에 내리는 비와 더불어
씨앗 하나 남기려는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처럼 살다 지리라.
(2012.4월 김기환 씀)
작성일:2012-04-24 22:35:44 121.135.2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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