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정부 향한 쓴소리 이어져..한우 30만두 수매·격리 요구

한우값 폭락 문제로 국내 한우산업 자체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 가운데, 강기갑 의원과 사천한우협회 주관으로 대책토론회가 14일 사천에서 열렸다.
한우값 폭락 문제로 국내 한우산업 자체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 가운데, 농어업 회생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공동대표 강기갑, 김영진, 이인기)과 경남 한우협회(회장 정호영)가 '한우값 폭락,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14일 오후 2시 사천시농업기술센터서 긴급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는 강기갑 의원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으며, 경남 한우협회 정호영 회장이 '한우값 폭락 현실과 한우농가들의 요구사항'을, 농림수산식품부 우만수 사무관이 '한우산업 안정 대책 및 FTA 축산 대책'을 주제발표했다.

토론자로는 권영웅 농협중앙회 축산지원 부장, 박정석 경상남도 축산과장, 이희대 전국한우협회 고성지부장이 토론자로 나서 각각의 입장을 발표했다.

강기갑 의원.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강기갑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정부가 한우값 대책으로 내놓겠다던 군납도 어제 확인해보니 구체적인 내용은 오리무중이다. 농민들은 폭발직전인데 근본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어렵게 마련한 토론회 역시 처음에는 축산국장이 나오나 했는데, 2~3일 전에 아무도 못오겠다고 하더라. 날짜까지 바꿔가며 말미를 주었는데 사무관이 나왔다. 이자리가 농민들의 절규와 절박함을 전달하고 힘모으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주제발표한 정호영 경남지부장은 "자식같은 송아지를 굶겨 죽일 수 밖에 없었던 농민들의 심정을 정부가 아는가. 피땀흘려 키운 나락을 흩뿌릴 수 밖에 없었던 농민들의 울분을 아닌가. 송아지 굶겨죽이면 과태료 운운하고, 농민들의 상경시위를 구제역 확산 운운하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파면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호영 지부장은 △한우 30만두 수매·격리 △수입쇠고기 관세, 피해산업인 한우에 전액 투입 등 기본요구조건을 밝혔다.

정 지부장은 "정부가 암소도태장려금을 300억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정작 농가에서는 1년에 50억도 못쓸 판"이라며 "장려금 예산 확대와 수혜 대상 확대, 조건 완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폐업보상금 조기 실시, 사료구매자금 추가 지원 및 상환연장, 산지가격과 소비자 가격 연동제 등을 촉구했다.

정부가 밝힌 한미FTA 체결 이후 관련 산업 피해액. 전체 피해액 12조6000억 가운데 축산분야가 7조2993억에 달한다. 그가운데 쇠고기가 3조다.
이어서 우만수 사무관이 '한우산업 안정 대책 및 FTA 축산 대책'을 발제하자, 농민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우 사무관은 송아지생산안정제 보조금 지급조건 개선, 한우암소 도태 확대추진, 한우 암소고기 수요확대, 정책자금 제도개선 등을 발표했다.

발표 도중 농민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말하면 어쩌나" "열이 팍팍난다" "책상머리서 만든 내용이다" "교육 받으러 온 것 아닌데 그만 하자" "피해대책에 묏자리 넣어라. 죽을 사람 많다" 등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토론자로 나선 권영웅 농협중앙회 축산지원 부장은 "농협도 나름 노력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수요확대를 위해 설선물세트 판매를 전임직원들이 노력하고 있다. 설 이후에는 가격이 저렴한 불고기 위주로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장은 "암소도태의 경우에도 연령별로 분류해서 적절하게 해야 한우값이 안정된다"며 "도태 대상축 선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한우농가의 96%가 암소를 50두 이하로 키우고 있다. 이들이 한우산업의 근간이다. 정부가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경남 한우협회 정호영 회장, 농림수산식품부 우만수 사무관, 농협중앙회 권영웅 부장, 경남도 박정석 축산과장.
권 부장은 한우협회와 정부, 농협이 함께 참여하는 '한우 적정수급조절위원회' 구성 필요성도 강조했다. 사료에 있어서도 석유비축처럼 비축량 필요하고, 해외 사료시장 개척에 콘트롤 타워가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박정석 경상남도 축산과장은 "농민들께 죄송하다. 대기업 한우고기 직판장 확대, 조사료 구매자금 추가확보, 도축장 차량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희대 한우협회 고성지부장은 "암소도태자금 300억으론 부족하다. 500억을 추경에서 요청해달라. 산지소값과 시중 식당의 가격연동제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지부장은 "일반인 일년에 9~10KG의 한우를 소비하는데, 군인도 현재 4kg수준에서 7~8kg로 확 늘려야 한다"며 농림수산식품부에 요구했다.

이 지부장은 농협에서 운영 중인 생축장을 폐지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도를 향해서도 적극적으로 도비를 확보해 먼저 나서라고 요구했다.

토론에 참석한 농민들은 정부와 농협, 경남도를 성토했다.
토론자의 발표가 끝나자 방청석에서 항의와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피해대책을 책임질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장차관급이나 국장급의 책임 있는 인사가 아닌 사무관 1명이 참석한 상태여서 밀도 있는 토론회가 되지 못했다.

일부 농민들은 한우협회를 향해서 적극적인 시위와 항의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농민들은 정부대책이 허술할 뿐더러 탁상행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책임있는 사람이 토론회에 나오지 않았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항의내용은 토론자들이 앞서 제시한 요구사항과 비슷했으나 비난의 강도는 높았다.

성난 농민들의 성토의 장이 된 토론회는 3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답변에 나선, 강기갑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한우고기를 직거래 하면 되지 않느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도나 시군 단위로 기구를 만들어 한우고기 직거래 신청을 받아서 제공하고, 한우 가격이 일정 정도 만회될 때까지 대대적인 소비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우만수 사무관은 "한우 농가에 대한 각종 지원자금의 회수를 1년 연장하는 것에 대해 관계 부처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직거래는 유통·위생 관련 부서에 보고하고, 가격 연동제 또한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강기갑 의원은 농가, 정부, 농협이 함께 대책을 만드는데 힘을 모으자는 취지의 발언으로 토론회를 정리했다. 
 

일부 농민들이 토론회장을 중간에 박차고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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