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와 떠나는 재미난 책여행> '파란막대 파란상자'

<파랑새와 떠나는 재미난 책여행> 이 글은 작은도서관의 하나인 사천여성회 부설 ‘파랑새어린이도서관’에서 보내온 것으로, 어린이와 부모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홉 살 생일에 여자아이 클라라는 집안 대대로 여자아이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막대 하나를 선물로 받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파란색 막대이지요.

한편, 아홉 살 생일에 남자아이 에릭은 집안 대대로 남자아이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상자 하나를 선물로 받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파란색 상자이지요.

이 특별한 선물들은 각기 아무런 단서도 없이 주어집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함께 건네진 낡은 공책 속에, 앞서 그것을 받은 사람들의 사용기가 적혀 있습니다.

클라라의 언니와 엄마와 할머니들, 그리고 에릭의 형과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은 아홉 살 시절에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막대와 상자를 갖고 놀았습니다.

막대로 애완용 생쥐를 훈련시킨 아이도 있었고, 인형을 만들어 연극놀이를 하던 아이도 있었으며, 눈밭 위에 정확한 원을 그린 아이도, 해시계를 만든 아이도 있었습니다.

▲ 글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 번역 : 이지원 / 사계절
상자 안에 거울을 붙여 자기의 내면을 비추어보던 아이도 있었고, 그 안에 달걀을 품어 병아리를 까던 아이도 있었으며, 그것으로 수레를 만들어 소중한 것들을 실어 나르던 아이도, 모래시계를 만들어 자기만의 시간을 재던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기상천외한 기록들을 읽고 난 클라라와 에릭은 공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기 전에, 나도 이 공책에 멋진 이야기를 적어 놓을 테야!’

짧지만 의미심장한 이 이야기는 여러 겹의 의미를 은유하고 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독자들은 이야기 속에 감춰진 여러 가지 생각과 상징들을 발견할 수 있겠지요. 발견의 길을 찾는 실마리는 이 책의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가령, 어떤 이에게는 창의적인 생각을 북돋는 이야기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낡은 공책 속의 아이들은 똑같은 막대, 똑같은 상자를 저마다의 새로운 놀잇감으로 만들고야 맙니다.

그 기록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이야기 속 클라라와 에릭처럼 ‘그런 방법도 있었군!’, ‘이런 절묘한 쓰임새가 있다니!’ 하며 감탄하기도 하고, ‘나라면 이런 놀이를 할 테야.’, ‘나는 공책 속에 어떤 이야기를 적어 놓을까?’ 하며 상상하기도 할 테니까요.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사람과 사물의 다양성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을 겁니다. 똑같은 아홉 살 아이들이 막대와 상자를 매개로 저마다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그것들의 다양한 측면을 읽어내는 다채로운 모습들이 그려져 있으니까요.

나아가 어떤 이에게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막대로 자기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팻말을 만들었던 이모할머니의 기록을 보고 ‘이것도 괜찮은 생각인 걸.’ 하며 빙긋 웃는 클라라나, 상자 속에 얼음을 얼려 코끼리 인형의 전용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던 아버지의 기록을 보고 ‘우리 아빠처럼 심각한 사람이 이런 장난을 치다니......!’ 하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에릭처럼.

이 이야기 속에는 막대와 상자를 통하여 앞선 세대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그들과 교감하며 그들을 이해하는 사례들이 담겨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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