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얘기를 몇 번이나 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이 불편한 진실"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오늘은 저의 귀농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분들이 한 번쯤 겪었을 이야기를 해 볼까합니다.

▲ 동물사체신고안내판

우리가 걸어서, 아니 차를 타고 길을 가다 보면 간혹 동물의 사체를 보게 됩니다. 그러면 여러모로 거북하여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릅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구역질을 하기도 하고, 동물의 사체가 눈에 밟혀 며칠 동안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계절 중에서도 특히 여름에는 시각은 물론 사체의 부패로 인한 고약한 냄새가 우리의 후각을 괴롭게 합니다.

저 또한 길에 있는 동물의 사체를 접하는 것에 자유롭지 않습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어느 날 도로에 있는 녹색의 한 안내판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야생동물 및 가축 등 사체신고’

안내판을 자세히 살펴보니 신고기관은 경상남도 도로관리사업소 또는 사천시 도로교통과로 돼 있었고, 친절하게 두 곳의 전화번호는 물론, 거기에다 신고자에게 포상금도 지급한다고 안내를 해 두었더군요.

▲ 고양이로 보이는 동물이 안타깝게도 자동차에 치여 죽었습니다.

비위에 거슬리는 동물의 사체에서 자유로워지고 포상금까지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 저의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입력해 두었습니다.
이후, 몇 번 동물의 사체를 발견 했지만 운전 중이라 귀찮고 불편해서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기에 다음에 발견하면 꼭 신고를 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신고를 할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습니다.
지역이 사천이라 휴대폰에 입력해둔 전화번호로 사천시 도로교통과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래는 실제의 통화 내용입니다. (편의상 공무원은 ‘공’으로 필자는 ‘민’으로 표기하겠습니다.)

공1, “도로교통과 000입니다.”
민, “동물사체 신고하려고 전화 했습니다.”
공1, “예, 그렇습니까? 어디에서 발견하셨나요?”
민, “축동 파출소방향에서 사천읍 방향으로 공군부대 골프장 옆의 도로 중간 즈음에요.”
공1, “무슨 동물이던가요?”
민,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양이인 것 같은데요.”
공1, “예, 알겠습니다. 확인하고 처리하겠습니다.”
민, “잠깐만요, 동물 사체를 신고하면 포상금이 있다고 하던데요?”
공1, “잠깐만요.”

다른 직원과 의논하는 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작게 들리더니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는

공1, “담당자 바꿔 드리겠습니다.”

저는 신고를 소상히 했으니 이제는 제 신분과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들려온 소리는

공2, “도로관리과 000입니다. 무슨 일이시지요?”

황당했습니다. 제가 너무 서투른 판단을 했나 쉽기도 했지만 그것은 아니라 생각 되었습니다.

다시 똑 같은 문답이 오고갔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화가 나서 제가 말했습니다.

민, “아니 선생님 조금 전에 모두 말씀을 드렸는데 또 말씀을 드려야 하나요?”
공2, “제가 담당자인데 저는 내용을 모르니까 다시 물어 본 것입니다.”

참 황당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분명하게 동물사체신고를 하려고 전화를 드렸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러면 조금 전에 전화를 받으신 분이 담당자께 전화를 돌려줘야지, 서로가 바쁜 와중에 '싹 다' 들어 놓고는 이제 와서 담당자를 바꿔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전화 내용을 검열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니 귀찮고 짜증나서 누가 신고를 하겠는지 생각되었습니다.
통화를 끝내고 확인해보니 6분이나 통화를 했더군요.

▲ 제가 많이 다니는 길은 산과 들로 이루어진 한적한 시골길입니다.

신고는 관이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고받기를 기대하는 관에서는 위의 통화내용처럼 전화응대에 문제가 있습니다. 도움을 받고자하는 처지의 행동이 아닌 거죠. 저처럼 로드킬 신고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공무원들이 이런 자세로 임한다면 '보나 마나'입니다.

공기업이나 병원 등에서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친절교육을 철저히 하고, 평가도 받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입니다. 이제 공무원들에게도 친절교육이 꼭 필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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