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맛집기행>샐러드 대신 나물, 백김치에 사골탕.. 독특한 상차림에 '눈길'
미풍갈매기 식당. 돼지고기 구이집이다. 돼지고기 구이라면 흔히 삼겹살을 생각한다. 또 양념갈비나 주물럭을 연상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미풍갈매기’는 다르다.
갈매기살은 갈비 밑에 붙은 살인데 쇠고기로 치면 제비추리 정도 되겠다. 기름기가 없어서 담백하다. 따로 주문하지 않으면 이 두 부위의 살을 접시에 공평하게 채려 준다. 그런데 한 부위만 달라고 하면 그 부위만 준다. 나 같은 경우는 항정살을 더 선호한다.
부산에서 직장 생활 하다 호남 출신 송영철(54세) 씨를 만났다. 송 사장은 장가들러 신부집에 왔다가 IMF를 맞는 바람에 그냥 주저앉아 이제는 사천인이 되어 버렸다. 부인 조 사장의 특기도 살릴 겸, 모두가 힘든 때, 푸짐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음식점을 하자고 작정했단다. 조 사장은 음식 솜씨가 남달라서 일찍이 부산에서 일식당을 하는 외가에서 기본을 익히고, 스스로 곱창집도 운영한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15년이다.
IMF 당시 서울 강남의 졸부들은 자기들끼리 술을 마실 때 ‘이대로!’라고 건배를 했다고 했다. IMF로 넘어가는 중소기업이나 생계에 쫓겨 내어 놓은 서민들의 땅이나 집을 싼값으로 후려쳐 먹은 덕분에 '떼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주의가 천민자본주의이고 부자들이 존경 받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종류의 인간들 때문이다.
“어머, 요즈음 왜 그렇게 오시지 않았어요? 햇수로 2년이 되었는데요.”
그러고 보니 교직을 퇴직하기 전에 직원들과 몇 번 온 이후론 그다지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작년 8월에 학교를 떠났으니 채 1년은 되지 않았지만 햇수로는 2년이 맞다. 조 사장은 아마 내 직장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손님들이 밀어 닥치면 남자 사장인 송 사장은 부엌에서 고기를 다루고 조 사장이 종업원들과 식당일을 본다. 워낙 바쁘게 움직이기에 조 사장은 식객들과 말을 나눌 여유가 없어 보여서 변변한 농담 한 번 건네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골이 아닌데도 기억을 하니 역시 영업하는 눈썰미가 있다. 먼저 말을 걸어 온 김에 나도 덕담을 한다.
“사장님은 그 사이에 더 젊어졌소. 요즈음 좋은 일이 있나요?”
일행 중에 누가 ‘사장님이 밸리 댄스를 열심히 한데요.’하면서 웃었다. 조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밸리 댄스 예찬론’을 펼친다.
“너무 너무 좋아요. 매일 댄스 운동하지 않으면 좀이 막 쑤시고요. 전에 허리 아픈 것도 다 없어졌고요. 1년 되었는데 이제 배에도 식스 팩이 생겼다니까요.”
식당에서 식객들이 먹는 것은 단순히 음식만이 아니다. 그 음식을 만든 사람들의 기운도 함께 섭취하는 것이다. 등산 매니아인 남편과 밸리댄스 아내가 함께 만들어 내어 놓는 활기찬 음식을 흰머리가 부쩍 많아진 아내와 함께 가끔씩 찾아 먹어야겠다. 요즈음같이 흐르는 세월을 몸으로 느낄 때 특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