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자활센터 근로의욕증진을 위한 여행을 다녀와서

 ‘일탈’ 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 속엔 자유와 여유가 느껴지고 억누름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일탈의 삶을 살고 싶은 욕구와 갈망이 있지만 현실에선 늘 안정을 쫓아 타협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일탈'이란 용어에 매력을 느낀다.

‘일탈’ 즉, 일상탈출. 늘 고정화되고 반복되는 것에서 벗어난 삶이다. 이는 자신에게 또 다른 삶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 볼 여유도 준다.

그래서 ‘일탈’은 직장인들에겐 더욱 맛깔스러운 유혹일 것이다.

이 달콤한 유혹을 가장 원만하고 긍정적이며, 현실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 일상을 잠시 떠난 여행이 아닐까.

이쯤에서 지난 9일 장사도에서 가진 '사천지역자활센터 상반기 근로의욕증진행사'에서 황홀하고 달콤하고 여유로웠던 '일탈'을 잠시 소개한다.

사천지역자활센터는 지역사회 저소득층에게 일자리 제공과 더불어 그들에게 다양한 직업훈련과  교육 복지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제공기관이다.

센터에 소속되어 근로를 하는 저소득층 대부분이 경제, 문화, 사회, 교육 모든 면에 있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보니, 일상은 일반 직장인들보다 더욱 단조롭고, 일탈의 여유로움을 느낄 기회가 부족하다.

이에 센터에서는 매년 상·하반기에 자활센터에 근로하는 모든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근로의욕증진프로그램이라 하여, 당일 여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장소, 시간, 날짜 등은 참여주민의 대표단장들 모임에서 논의해 결정한다.

아침 9시 사천지역자활센터 사무실에서 150여명의 자활식구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거제 장사도로 향했다.   대식구다보니 버스 화물칸에 준비한 음식이 한 가득이다. 화물칸도 가득 좌석도 만원. 가는 버스는 무겁지만, 오늘 하루 일탈을 맞이한 참여주민과 실무진들의 마음은 아주 가볍고 행복했다. 일탈은 생각만으로 즐겁다.

버스 안 통과의례처럼 버스기사님의 소개와 더불어 센터장님의 한 말씀.  

나의 기억 용량이 크지 않아 너무나 감동적인 말이었지만, 그 생생함을 담지 못함에 아쉬움을 남기며, 남은 기억을 더듬어 본다.

"아이가 친구들의 꾀임에 넘어가 아주 높은 나무에 올라 해가지도록 내려오지 못하고 울고 있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아이의 아버지가 아이에게 다가와 아이를 달래기를,

'아들아, 나무 밑 땅을 보지 말고, 네가 지금 내딛어야 할 곳만 보거라. 아버지가 이렇게 네 곁에 있으니 아무 걱정 말고, 한 발 한 발 네가 내딛어야 할 곳만 보고 오거라.'

그렇게 아들은 아버지를 믿고, 무사히 내려와 아버지의 품에 안 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이처럼 힘들고, 두려운 현실 속에 살고 있지만, 현명한 아버지의 말씀대로 지금 내딛어야 할 발을 딛다보면, 언젠가는 두려운 현실이 따뜻한 아버지의 품으로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도 힘들지만 아버지의 말처럼 그 한 발을 소중히 여깁시다.

오늘 이 자리도 우리가 내딛어야 할 한 발입니다. 어제까지의 일상의 일, 직장, 스트레스는 다 잊어버리고, 오늘 하루는 신나게 즐기십시오."

가슴 속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서 거제로 가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2시간동안 내달려갔다.

내가 탄 차는 1호 '돌봄'. 돌봄의 특성상 각자의 방문재가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요양사간에도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주로 업무상 교육 때문에 만나기에 만남이 딱딱하고, 무겁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일이란 일상을 벗어버렸기에 서로의 이야기가 더욱 즐겁다.  조용히 귀 기울이다보면 다들 이야기가  업무와 연결된다. 직업병은 어쩔 수 없나보다.

2시간정도 달린 끝에 장사도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하여, 주변 유원지에서 각 사업단별로 준비해온 맛깔스런 음식을 펼쳐 놓고 눈도 배고 입도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사업단별로 준비한 다양한 메뉴 회, 돼지고기, 떡, 과일, 가오리무침, 즉석 오징어무침... 평상 시 서로 같이 일하는 사업단이 아니지만 자활이라는 식구이름으로 다함께 음식을 나눠주고 나눠 먹는 모습에서 자활의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쉽다. 왁자지끌 점심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즐거운 점심 만찬 후 장사도행 유람선에 줄지어 타는 동안 느껴지는 진한 바다 냄새와 파도소리가 우리의 심장에 기대감으로 고동쳤다.  장사도로 가는 동안 높지도 않은 파도와 덥지도 않은 날씨 덕택에 장사도 섬에서의 관광은 더욱 더 기분 좋게 만들었다.

 

 

 

 

 

 

 

장사도는 거제의 유명한 외도처럼 개인이 만든 섬이고 관광단지이다.

원래 장사도에는 무인도가 아니라 옛주민 4가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이주를 하고, 현 섬 주인만

이 섬을 가꾸며 관광단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섬에 존재하는 자연그대로를 살리되 길을 만들고, 주제별로 이름을 지음으로써 봄꽃과 조형물, 인근 섬들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아름다운 꽃과 조형물의 어울림 사랑스런 그대와 함께

 

 

 

 

 

 

 

장사도에 있는 사람키 만한 팽귄 우린 한 식구이다..

 

 

 

 

 

 

 

 

2시간정도의 장사도 탐방을 끝내고, 장사도 주변의 소매물도, 대병도, 소병도를 유람했다. 저 멀리  넘실대는 파도 속에서 거대한 물고기 한 마리가 바다위로 솟구쳐 올랐다.

고래였다.

고래를 수족관이 아닌 바다에서 보긴 처음이었다. 그 고래를 사진 속에 담아 두고 싶었지만, 쉽게 허락하지 않아 아쉽게도 담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 하루 일탈하여 어느 때보다 즐겁고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쉬움의 함성으로 시끌벅적 했지만 일탈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일상의 쳇바퀴를 굴릴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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