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조합장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된 설씨 등 주장//경찰 “문제없다”

삼천포수협 해직노동자 부인을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한 것은 불법이었다면서 관련 경찰관을 검찰에 고소하겠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사천지부와 전국수협노조는 오늘(18일) 오전11시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주장했다. 주장의 핵심은 ‘불법적 행동이 없었음에도 삼천포수협조합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수협 해직노동자 배홍숙(51)씨의 부인 설아무개(46)씨를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불법이었다’는 것이다.

이 논란은 이미 1월25일과 2월2일 두 차례에 걸쳐 뉴스사천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과 경찰의 주장을 따라가 보자.

수협 해직 노동자가 경찰의 불법연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사천지부 김종간 의장, 수협해직노동자 배 씨와 그의 아내 설 씨.(오른쪽부터)
삼천포수협에 근무하던 배씨는 올해 1월1일자로 해고됐다.(관련기사 참조) 이후 배씨는 “부당해고”라며 삼천포수협 부근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지난 설연휴를 앞두고선 홍석용 삼천포수협조합장 집앞에서도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이 1인 시위에는 그의 부인 설씨도 번갈아 참여했다.

이에 홍 조합장은 배씨 부부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사천경찰서에 진정을 제기했다. 1인 시위 도중에 말로써 자신을 폄훼하는 발언을 공공연히 했다는 게 이유다. 그리고 경찰은 배씨 부부에게 말로써 주의시켰다.

문제의 1월25일, 설연휴 첫날이던 이날 오전 10시20분께 홍 조합장의 집 근처에서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인 설씨가 사천경찰서 동부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사유는 홍 조합장에 대한 명예훼손.

경찰이 설씨를 체포할 당시의 상황을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남짓한 시간에 112로 신고가 들어와 출동해 현장에서 설씨를 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조사 결과 명예훼손 혐의가 짙다고 보고 있다.

반면 배씨 측 주장은 다르다. 이날 설씨는 1인 시위를 벌이지 않았고, 목욕탕에 간 배씨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홍 조합장 집 근처에서 체포됐다는 것이다. 체포당시 배씨는 목욕탕에서 나와 집으로 오던 중 홍 조합장 집 앞에서 다른 순찰차 경찰관과 이야기 중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현행범으로 체포당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경찰이 무리하게 연행했다”는 게 배씨의 주장이다. 그리고 경찰은 이날 배씨는 체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사천지부 김종간 의장은 “설씨는 이날 슬리퍼 차림에 피켓이나 기타 시위용품을 전혀 지니지 않았다. 경찰에 누가 어떤 내용으로 신고했는지 몰라도 현행범으로 체포하기에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배씨와 민주노총의 이런 주장에 사천경찰서 박이갑 서장은 지난 2월2일 “내용을 알아보고 문제가 있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최근 사천경찰서 청문감사실이 조사결과를 알렸는데, 모든 것이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다는 게 요지였다.

18일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민주노총사천지부와 수협노조가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공은 검찰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배씨 측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설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전 동부지구대장 하아무개씨를 검찰에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고소 시점은 “2~3일 내”라고 밝혔다.

하씨는 얼마 전 함안경찰서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경찰관계자는 “문책성 인사는 아니며 정기인사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경찰은 현재 배씨와 설씨 모두를 홍 조합장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홍 조합장의 고소에 따른 것이다. 고소장은 1월25일 접수되었다고 한다.

새해 벽두부터 불거진 삼천포수협 부당해고 논란은 수협조합장에 대한 명예훼손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사천경찰은 이들 사이에 끼어 불법연행 논란에 휘말린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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