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민간치료제' 등 팔방미인..수확에서 농축액 담그기까지
이번 주말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난 남편이 깨웁니다.
“매실 따로 가기로 했다 아이가” “인제 고만 자고 쫌 일나라“
제 남편은 남들보다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하는 회사에 강산이 두번 바뀌고도 남을 만큼 오래도록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주말에도 알람이 필요없습니다. 출근시간 쯤 신기하게도 오뚝이처럼 잠이 깨나 봅니다.
저는 가끔 이런 남편을 “영감”이라고 부른답니다.
보통은 일찍 자고 새벽에 일찍 깨는 사람을 보고 놀린다고 부른다지만 저는 주말인데도 늦잠을 즐기지 못하는 남편에게 “영감” “쫌만 더 자자” 그러고는 이불을 푹 뒤집어 써버립니다.
매실 밭에 도착하니 함께 하기로 한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고, 또 몇몇은 벌써 매실을 따고 있었습니다.
오늘 함께 하기로 한 일행들이 다 모이자 간단한 김밥과 막걸리, 과일 등을 나눠 먹고, 각자 맘에 드는 나무를 찾아 나섰습니다.
초록색 이파리로 덮인 나무를 언뜻 보아서는 매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니 나뭇잎과 같은 색을 한 동글동글한 매실이 열렸습니다.
제법 시간이 흘렀을까요...그릇그릇마다 가득 찬 매실을 보며 흐뭇한 마음으로 매실따기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매실은 보통 장아찌, 엑기스, 술 등을 담가 먹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은 매실 고르기를 하고 저는 엑기스 담을 용기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이글을 쓰면서 엑기스란 말이 어디서 나온것인지 궁금해 졌습니다. 그 어원을 찾아보았더니 원래 영어 엑스트랙트(extract)에서 나온 말로서 '농축액' '추출액' 등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굳이 줄여 쓰려면 '엑스'라고 써야 옳고, 엑기스는 엑스트랙트의 일본식 표기라고 합니다.... 여지껏 그런줄도 모르고 엑기스라고 했던 것이 조금 부끄럽네요.
그래서 오늘부터라도 엑기스란 말 대신 농축액으로 부를까 합니다. 농축액 담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여느 농축액이 그렇듯 일단 재료를 잘 다듬고 씻어 물기를 제거해야겠지요.
건져낸 매실은 또 유용하게 쓰입니다. 그 매실에 과실주용 술을 부어 두면 그대로 매실주가 됩니다. 참 쉽죠잉~
또 매실장아찌는 매실과 설탕을 1:0.8로 담그는데 매실 양쪽 옆면 세로선에 칼집을 넣어 씨와 과육을 분리하면 됩니다. 매실 농축액 담기와 마찬가지로 켜켜이 설탕을 뿌립니다. 서늘한 곳에 2주일 정도 두었다가 냉장보관하면 됩니다.
사실 제가 이번에는 매실장아찌에 도전해 보고 싶었으나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쉬워보이긴 했지만 일일이 과육을 분리해야 하고 제대로 맛을 낼수 있을까 하는 자신이 없었기에...
매실은 신맛이 나고, 구연산 함량이 높아 달콤한 맛이 납니다. 그 효능은 워낙 잘 알려져 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매실에 들어 있는 피크리산은 살균과 해독작용으로 식중독 예방에도 도움된다고 합니다. 또 간 기능 활성과 담즙 분비를 촉진시켜 숙취와 피로 해소에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매실은 생으로 먹지 않는데, 청산배당체라고 하는 독소성분이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매실액기스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 먹지는 않지만 음식의 단맛을 내는데는 모두 이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실농축액은 해를 두고 오래 오래 묵혀도 괜찬다고 합니다. 맛과 향이 은은해지겠지요.
사람도 오랫동안 서로를 배려하고 만날수록 좋은 관계가 만들어 지듯 매실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해묵은 매실 농축액이 좋은 맛과 향을 전해주듯 우리네 삶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숙 기자
hoo@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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