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맛집기행>3시간 구워낸 찰흙구이에 북경오리와 용압탕까지 오리요리 다양
쉽게 먹기 힘든 음식을 이번에 맛보기로 결정했기에 시식단들은 너나없이 가벼운 흥분과 기대감을 갖고 음식점을 찾았다. 식당주변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음식점 안도 정갈한 느낌이다. 마침 식사 때라 그런지 손님들이 방마다 가득 차 있고 예약된 좌석으로 안내되어 들어가니 서너 평 남짓한 작은 방 가운데를 어린아이 키 정도 높이의 칸막이를 두고 이미 먼저 온 한 무리의 선객들이 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곧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옆 자리의 고성 때문에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 된 것이다. 대화를 고함으로 하는 것 까지는 참을 수 있겠는데, 상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니 노인들과 여성들이 포함된 우리 시식단이 차마 앉아 있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해 보였다. 우리 더러 냉큼 나가라는 것이었다. 식사 도중이었지만 견디다 못해 종업원을 불러 자리를 옮겨 달라 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대중음식점에서도 통용될 줄이야!
최 사장은 충남 부여 출신이다. 한 눈에도 미인이다. 그러면서도 선량한 표정이 좋다. 아름다우면서도 착한 느낌을 주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귀띔을 해 준다. 지역에 봉사와 기부 활동에도 관심이 많단다. 선행이 얼굴에 배여 나온 모양이다.
사천에 오리집을 차린 지 꼬박 10년이 되었다.
여러 가지 오리 요리가 제공된다. 황토구이, 북경오리, 바비큐, 용압탕 등이다. 녹각과 오리를 함께 삶는 용압탕은 흔히 아는 요리지만 다른 것들은 낯설다. 북경오리는 중국의 북경을 대표하는 요리인 북경오리를 우리 식으로 재현한 것이란다.
“중국 북경에서 먹어 본 손님들이 우리 집 북경오리가 본토 것 보다 맛있다고 해요.”
최 사장은 자신이 만든 음식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미 ‘황토찰흙구이’를 선택해서 먹고 있기에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음식을 내시는데 어디에서 요리법을 배웠나요?”
“원래 전공도 영양학이었고 취미도 있고 해서 나름대로 개발했어요. 그리고 모든 음식은 다 제 손으로 해 내고 있고요.”
대부분 맛집 안주인들은 음식에 취미가 있다. 오리 속에 담긴 밥을 보니 학창 시절 공부한 것이 배여 있다. 주재료인 오리는 하동 북천의 직영 농장에서 키워 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로 손님들의 식탁에 내 놓을 수 있단다.
맛집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맛은 당연하고,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고와야 한다. 좋은 음식이란 정성이 담겨 있는 법이다. 그리고 역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식객들이다. 음식을 돈으로만 따져 먹는 사람들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돈을 먹는 것에 불과하다. 돈을 치른다고 식당에서 안하무인격으로 설치는 사람들은 좋은 손님이 될 수도 없거니와 결코 정성어린 음식을 맛 볼 수 없다. 스스로가 좋은 음식을 먹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롱한 아침 이슬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된다고 했다.
오늘 우리는 음식점에서 손님 자격미달의 무뢰배들을 보았고 동시에 선량한 주인도 만났다. 세상만사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따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