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맛집기행>3시간 구워낸 찰흙구이에 북경오리와 용압탕까지 오리요리 다양

황토 찰흙 오리 구이는 3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다.
‘황토 찰흙 오리 구이’, 3시간 전에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

쉽게 먹기 힘든 음식을 이번에 맛보기로 결정했기에 시식단들은 너나없이 가벼운 흥분과 기대감을 갖고 음식점을 찾았다. 식당주변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음식점 안도 정갈한 느낌이다. 마침 식사 때라 그런지 손님들이 방마다 가득 차 있고 예약된 좌석으로 안내되어 들어가니 서너 평 남짓한 작은 방 가운데를 어린아이 키 정도 높이의 칸막이를 두고 이미 먼저 온 한 무리의 선객들이 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곧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옆 자리의 고성 때문에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 된 것이다. 대화를 고함으로 하는 것 까지는 참을 수 있겠는데, 상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니 노인들과 여성들이 포함된 우리 시식단이 차마 앉아 있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해 보였다. 우리 더러 냉큼 나가라는 것이었다. 식사 도중이었지만 견디다 못해 종업원을 불러 자리를 옮겨 달라 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대중음식점에서도 통용될 줄이야!

토담오리명가에서 자랑하는 황토 찰흙 오리 구이는 3시간 이상 황토가마에서 은근히 구워져 색깔과 향이 구수하다.
두툼한 오리 다리가 맛있어 보인다.
오리구이의 마지막 음식은 깔끔한 녹차수제비로 마무리 된다.
종업원은 의외로 아무 싫은 내색 없이 2층 방으로 음식들을 즉각 옮겨 주었다. 우리가 욕설을 참고 음식을 씹고 있는 사이에 빈자리가 났던 것이다. 그리고 주인이 나와서 진중하게 사과하고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진심이 묻어나는 최연숙 사장(47세)의 사과에 우리들의 분노와 짜증은 눈 녹듯이 녹아 내렸다. 하긴 대중음식점에서 어떻게 손님을 가려 받을 수가 있을 것인가?

최 사장은 충남 부여 출신이다. 한 눈에도 미인이다. 그러면서도 선량한 표정이 좋다. 아름다우면서도 착한 느낌을 주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귀띔을 해 준다. 지역에 봉사와 기부 활동에도 관심이 많단다. 선행이 얼굴에 배여 나온 모양이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음식점을 열었다는 최연숙 사장은 메뉴개발도 직접한다.
직업 군인으로 부여에 주둔하던 산청 출신 청년이 눈도장을 찍어두고 있다가 처녀의 아버지를 설득하여 마침내 결혼까지 했단다. 서울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다 매주 휴일에 고향을 찾는 늘씬한 아가씨를 보고 첫 눈에 반했던 모양이다.

사천에 오리집을 차린 지 꼬박 10년이 되었다.
여러 가지 오리 요리가 제공된다. 황토구이, 북경오리, 바비큐, 용압탕 등이다. 녹각과 오리를 함께 삶는 용압탕은 흔히 아는 요리지만 다른 것들은 낯설다. 북경오리는 중국의 북경을 대표하는 요리인 북경오리를 우리 식으로 재현한 것이란다.

“중국 북경에서 먹어 본 손님들이 우리 집 북경오리가 본토 것 보다 맛있다고 해요.”

최 사장은 자신이 만든 음식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미 ‘황토찰흙구이’를 선택해서 먹고 있기에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찰흙 오리 구이에는 땅콩, 옥수수, 해바라기씨, 호박씨, 솔잎, 월개수잎, 녹각, 인삼에 건포도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이 업소의 메인 요리라 할 수 있는 ‘찰흙구이’는 오리 통마리 속에 갖가지 식물을 혼합한 찹쌀을 넣어 끈으로 단단히 매고 은박지에 잘 싼 다음 오븐에서 3시간을 구워 낸다. 은박지에 싸인 오리는 식탁에서 개봉된다. 종업원이 오리를 먹기 좋게 잘라주고, 오리 속에 들어 있던 익은 밥을 접시 한 쪽에 모아 둔다. 살펴보니 밥 속에 다양한 재료가 들어있다. 땅콩, 옥수수, 해바라기씨, 호박씨, 솔잎, 월개수잎, 녹각, 인삼에 건포도도 들어있다. 이 밥 한 숟갈에 참으로 다양한 먹거리가 들어있다.

“다양한 음식을 내시는데 어디에서 요리법을 배웠나요?”

“원래 전공도 영양학이었고 취미도 있고 해서 나름대로 개발했어요. 그리고 모든 음식은 다 제 손으로 해 내고 있고요.”

최연숙 사장이 찰흙 오리 구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 맛집 안주인들은 음식에 취미가 있다. 오리 속에 담긴 밥을 보니 학창 시절 공부한 것이 배여 있다. 주재료인 오리는 하동 북천의 직영 농장에서 키워 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로 손님들의 식탁에 내 놓을 수 있단다.

맛집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맛은 당연하고,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고와야 한다. 좋은 음식이란 정성이 담겨 있는 법이다. 그리고 역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식객들이다. 음식을 돈으로만 따져 먹는 사람들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돈을 먹는 것에 불과하다. 돈을 치른다고 식당에서 안하무인격으로 설치는 사람들은 좋은 손님이 될 수도 없거니와 결코 정성어린 음식을 맛 볼 수 없다. 스스로가 좋은 음식을 먹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롱한 아침 이슬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된다고 했다.

오늘 우리는 음식점에서 손님 자격미달의 무뢰배들을 보았고 동시에 선량한 주인도 만났다. 세상만사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따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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