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새, 풀, 나무 어디에도 봄은 온다!

세상엔 답답한 일들이 참 많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르는 일들도 무지하게 많습니다. 요즘 돌아가는 경제 상황도 그렇고, 용산 참사와 관련한 일들도 그러하고 사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가지 일들도 그러합니다. 물폭탄 문제, 공장부지 혹은 공단 조성과 관련한 마찰들, 사천의 경제 사정과 관련한 문제도 그러합니다.

허나 세상을 좀 더 많이 살아본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꽃으로든, 권력으로든 세상 모든걸 자기가 원하는데로 바꿀 수 있을듯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세상의 이치를 거스를 순 없는 법입니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봄은 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다가 온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온 세상이 봄을 준비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시간입니다.

 

▲ 동백꽃 핀 바닷가! 통영 산양리 바닷가 풍경입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 상 화 -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 봄비료를 타서 들길을 걸어 가시는 할머니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 봄바람에 귀를 쫑긋~~~ 전깃줄에 앉아 있는 황조롱이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 사남면 화전 들판의 보리밭-종조리(종다리)소리가 들려오는듯...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 거름을 낸 논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봄까치꽃-주변에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 봄의 요정 노루귀-곤양 남산에도,이구산에도, 각산에도, 와룡산에도 피어납니다. 사진은 곤양 남산에서 작년에 찍었습니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들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문득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시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세월이 돌고 돌듯, 우리네 인생사도 돌고 돕니다.

해가 뜨면 해가 지고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고

꽃이 피고 새가 날고

움직이고 바빠지고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 속에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우리네 인생사를 잘 노래하고 있는 가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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