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공무원에 의한 의원 폭행 사건’의 배경과 의미

사천시의회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사천시 공무원이 의원의 멱살을 잡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것도 공무원이 의회로 직접 찾아가 폭력을 가했다니 사태의 심각성이 더한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일부 공무원들의 인식이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평소 의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무원들을 부하직원 다루듯 했음’을 원인으로 지적하며, ‘쌓였던 묵은 갈등이 폭발했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심지어 사천시와 시의회를 출입하는 일부 기자들은 이 사건을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커지는 걸 바라지 않는 사천시의 요구에 부응하는 꼴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사건이 정말 ‘해묵은 갈등이 쌓여 우발적으로 폭발한 것’일까? 취재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 사천시 공무원이 의회에서 시의원을 폭행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공직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학연지연에 따른 행님문화가 이 사건의 배경에 있지 않은지 살필 일이다. 또 이번 기회에 기초의회의 기능과 위상에 관해서도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시간을 잠깐 되돌려보자. 폭행사건이 터진 26일 오전 10시께 최용석 의원이 ‘바다영화제’ 예산 삭감 이유를 묻기 위해 사천시 문화관광과에 전화를 걸었으나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 통화하지는 못 한다. 잠시 후 담당 공무원 A(6급) 씨가 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예산 삭감 경위를 설명한다. 이에 최 의원은 관계된 내용을 묻고 따지다가 구체적인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전화를 끊은 A 씨는 최 의원에게 휴대폰 문자를 보내 최 의원의 어투를 문제 삼는다. 문자를 몇 차례 주고받은 A 씨는 “사무실에 갈 테니 지금 기다리시오”라는 글을 남긴다. 이에 최 의원이 “오시지 마시고 서면자료만 보내 주십시오”라고 답했으나, A 씨는 이내 최 의원이 있는 의회 산업건설위원장실로 들이닥친다. 그리고 최 의원의 안경까지 벗기고는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시간은 오후 2시에 가까웠다.

여기까지가 사천시 의정사상 초유의 ‘공무원에 의한 의원 폭행 사건’의 전말이다. 이 과정에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감정적 대립이 있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의원의 집무실까지 찾아가 가한 폭력을 과연 ‘우발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또 한 가지. 최용석 의원은 초선으로서 2010년 7월에 제6대 사천시의회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전반기가 흐른 지난 2년 동안 시정질문 7회에 본회의 5분발언을 5번 했다. 이는 다른 의원들에 비하면 월등히 많은 수치다.

물론 시정질문과 5분발언을 많이 했다고 해서 ‘의정활동을 잘했다’는 평가로 바로 이어질 순 없다. 그러나 취재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최 의원을 능가하는 의욕과 열정을 보여준 의원은 없었다.

오히려 집행부가 요구하는 대로 입맛에 맞는 발언만 하거나 자신이 속한 선거구의 이익에 관한 것에만 관심을 갖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비록 ‘초선의원으로서 좌충우돌한다’는 평가가 있음에도 최 의원의 의정활동은 돋보였다. 이런 최 의원이 사천시 집행부의 일부 공무원들에겐 ‘눈엣 가시’였을 수 있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으로 공무원 A 씨가 최 의원에게 가한 폭력이 모두 설명될 수 없다. 여기엔 정말 해묵은 고질병이 숨어 있으니 다름 아닌 ‘학연, 지연, 혈연’이다.

공무원 A 씨는 사건 발생 직후인 26일 저녁 뉴스사천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내가 10년 이상 선배다”라며 거친 표현으로 최 의원을 비난했다. 실제로 A 씨는 최 의원과 고교 동문으로서 10년 이상 선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듣기에 거북한 말이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결국 자신이 고교 선배임에도 그에 대한 예우를 받지 못한데 대한 섭섭함을 깔고 있음인데, 그렇다고 자신을 자극한 말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학연, 지연, 혈연’을 내세우는 문화. 이것이 꼭 나쁘다고만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흔하기에 사회적으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말을 바꾸면, 이것이 사적 영역에만 머문다면 모를까 공적 영역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공공기관인 사천시에서 ‘학연, 지연, 혈연’을 강조하는 문화가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인사철만 다가오면 이를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이밖에 긴장관계가 어느 정도 유지되어야 할 언론인과 공무원, 시의원과 공무원 사이에도 ‘행님 문화’가 지나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의원 폭행사건은 이러한 ‘학연, 지연, 혈연’이 지배하는 문화가 낳은 폐해일 수도 있음이다.

사건 발생 직후 정만규 사천시장이 사과의 뜻을 직접 전하며 적절한 조치를 약속한 것이나 사천시공무원노조가 나서서 조합원이 일으킨 물의를 사과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기초의원의 위상에 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기초의원은 시민들을 대신해 단체장과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국회의원에 준하는 권능은 없지만 적어도 지자체 안에서만큼은 그에 준하는 정치적 위상을 지녔음이다.

그런데도 지자체 공무원들은 기초의원을 너무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의원들의 상임위 활동을 두고 고함에 욕설까지 쏟는 경우가 있으니, 이는 무례함인지 무식함인지 알 수가 없다.

뉴스사천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며 최 의원의 이름은 그대로 밝히면서도 폭력을 일으킨 해당 공무원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이는 시민의 손으로 뽑은 시의원은 그만큼 더 공인이며 위상 또한 높음에 있지, 결코 잘못의 크고 적음에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 물타기 하려는 검은 의도에 다수 공무원이나 시민들이 현혹돼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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