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대로 세계일주]13. 멕시코 바다에서의 특별한 경험 '둘'

▲ 에스콘디도에서 처음 만난 이가 바다 한가운데 있는 저 배의 주인이었다. 언제든 환영한다는 주인장의 말을 기억했기에, 정박된 크루저를 발견하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거침없이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가이드북에도 없는, 그것도 와하까(멕시코 남부에 있는 주)에서 치킨버스(배낭여행자나 현지인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승합차를 지칭)로 7시간이나 걸리는 푸에르토 에스콘디도(와하까 주에 있는 도시)를 간 건 서핑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태평양을 끼고 있는 그곳은 유달리 파도가 높아 서퍼들에게 유명한 곳이었으므로.

서~~핑~~!
듣기만 해도 얼마나 멋있고, 아름다운 단어인가~!

오스트리아 친구 코로나가 소개해 준 현지 호스텔에서 만난 서양 예쁜이들과 썬베씽 하고, 어른, 꼬맹이 할 것 없이 서핑 보드를 들고 다니며 자유롭게 서핑 하는 모습을 볼 때도 난 여전히 행복했다. 더구나 거친 파도와 함께 보는 석양은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웠으니깐.

하지만 노르웨이 보건국에서 일하는 늘씬 미녀 캐서린, 캐나다에서 온 성격 좋은 맨디와 함께 배운 4시간 동안의 레슨에서 유일하게 파도타기에 실패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 * 좌측 위 : 초보자들을 위해 서핑 강습을 하고 강사님 * 좌측 아래 : 멋진 포즈로 서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나도 그들처럼 타고 싶었다.. * 우측 위 : 서핑을 타기 위해 푸에르토 에스콘디도의 바다를 향해 당당히 향하는 그녀들! * 우측 아래 : 메이플라워 호스텔에서 만난 이쁜이들~! ^ ^
더 슬픈 일은 서핑을 타기 위해 큰 파도를 기다리면서 보드 위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속이 느글느글 거렸다.

해군장교 출신이 보드 위에서 멀미를 느낀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 어떻게 해서든 쏟아지려는 위 내용물들을 참아 보려 했지만 나의 위가 거친 너울이 있는 그곳의 바다를 감당하지 못하고 마침내 그날 먹은 것을 고스란히 반납하는 만행까지 저지르자, 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와 서핑이 인연이 아님을…….

한 운동한다고 자부하는 나 임에도 불구하고 보드, 스케이트 등 균형 감각이 필요한 종목에는 왜 이리 약한지…….

이름도 몰랐던 이 먼 곳까지 서핑이란 단어 하나에 꽂혀서 왔는데, 갑자기 그 목표가 사라지니 실망감이 스멀스멀 올라 올려는 찰나 맨디가 해변에서 우연히 얻은 정보로 아기 거북이 방생하는 현장을 가게 되었다.
물론 정보는 맨디가, 추진은 멋지게 서핑을 타 나를 부럽게 만들었던 캐서린이.
난? 그냥 묻혀 가기~!!

▲ * 좌측 위 : 열심히 바다를 향해 걸음질하고 있는 아기 거북이 * 우측 위 : 방생하기전 아기 거북이를 들고 있는 꼬마 천사 * 좌측 아래 : 거북이의 개체수 증가를 위해 거북이 알을 부화시켜 방생하는 일을 하는 센터 * 우측 아래 : 해질 무렵 바닷가에서 아기 거북이를 방생하고 있는 사람들..
누군가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때는 군말 없이 따라 주는 것 또한 큰 힘이다. 론니에도 소개되지 않은 곳이고, 별도의 차가 다니지 않는 곳이라 그곳에 가고 싶으면 왕복요금에, 기다려 주는 요금까지 고려해서
택시기사랑 흥정을 잘 해야 한다.

도착하면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대신 자원봉사로 그 일을 하고 있는 단체에 본인 내키는 대로 기부금을 내면 된다.

베니스 후아레스까지 택시를 타고 간 그곳은 한적한 것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던 푸에르토 에스콘디도와는 다른 분위기였고, 동물 공포증으로 병아리조차 만져 보지 못했던 난 난생 처음 인간 이외의 생명체를 오롯이 손에 올려 보는 묘한 경험을 했다.

더불어 나와 같은 두려움 따윈 모른다는 듯이 순진한 눈망울을 지닌 꼬맹이들이 이제 갓 태어난 아기 바다 거북이를 들고 있는 모습은 순수함의 극치였다.

▲ 아기 거북이 방생을 위해 찾았던 'Playa Delfina'. 어린 생명이 떠난 바닷가에는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석양이 남았다.
그렇게 태어난 지 하루된 아기 바다 거북이와 한동안 놀다가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방생을 시작했다.
잔잔한 모래 위에 수백 마리의 아기 거북이들이 그 거친 생의 시작을 위해 각자의 속도로 열심히 바다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뭉클했다.

더구나 정말 느린 속도로 힘들게 바다를 향해 가는 그 작은 생명체를 거친 파도가 다시 출발선상으로 돌려놓을 때는 안쓰럽다 못해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크고 거친 바다에 작은 수백 마리의 아기 거북이를 보내고 나서 바라보는 석양은 평소와 다른 또 다른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결국 거북이 방생하는 걸 무척 좋아하는 캐서린으로 인해 우린 다음날 또 그곳에 갔다. 하지만 그 감동은 줄지 않았다. 이래서 사람은 선한 일을 하고 살 때 삶이 더 풍요로워 지고, 삶에 더욱 감사하게 되나 보다.

이 글은 김윤경 시민기자가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3개월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여행기다. 그녀는 1997년 해군장교로 임관해 근무하다 2010년 11월에 소령으로 전역했으며, 지금은 보건교사로 일한다. 고향은 경남 진주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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