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맛집기행]가족 건강 지킴이로 출발한 다양한 다슬기요리

▲ 이번에 찾은 맛 집은 다슬기를 주재료로 여러 음식들을 만들어 내 온지 18년이나 된 '열린가든'이다. 사진은 다슬기참게가리장.
맛집 선정위원으로 참석한 한 사람이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한 마디 한다.

“수청 마을에 있었던 그 ‘열린 가든’이 맞죠? 얼마 전 가족들과 수청에까지 갔다가 허탕을 쳤었는데, 어디로 옮긴다는 안내 쪽지 한 장 붙어 있지 않아서 그냥 폐업 했나 여겼어요.”

“그쪽도 그랬나요? 나도 지난달인가 찾았다가 허탕을 쳤어요. 주인이 자신만만한 모양이에요. 손님들이 답답하면 알아서 찾아오라는 뜻이잖아요? 하하.”

그래서 주미숙 사장(51세)에게 제일 먼저 물었다.

“이전개업을 하셨는데 왜 안내문을 붙이지 않았어요? 그동안 찾아 주었던 손님들에게 배려가 없는 일이 아닌가요? 사장님이 좀 거만한 성품인가요?”

“어머, 무슨 그런 말씀을요. 사실 그 집에 안내문을 붙였어요. 그런데 건물주인 양반이 싫어해서 결국 오래 붙어 있지 못했지요. 그래서 내가 알만한 손님들에게는 일일이 전화를 드렸어요.”

▲ 다슬기 요리 외에도 두부김치, 서대구이, 각종 나물 등 밑반찬이 푸짐했다.
새로 옮겨 개업한 장소는 사천고등학교 후문 앞 한적한 큰길 1층에 자리하고 있어 찾는데 어렵지 않다. 위치도 좋고 식당 내부구조도 그렇고 전의 장소보다 더 나아 보인다.

하동 진교 출신인 주 사장은 다슬기를 주재료로 하여 여러 음식들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내 온지 18년이 되었다. 다슬기탕, 다슬기된장국, 다슬기들깨탕, 다슬기수제비, 다슬기삼계탕 등이 있다. 다슬기가 예로부터 강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흔하디흔한 식재료였지만 식당에 정식 메뉴로 자리 잡은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최소한 이 지역에서는 그랬다.

요즈음 다슬기 집이 주위에 들어선 것은 다슬기가 간 기능에 좋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고 나서 중국산 다슬기가 쏟아져 들어오면서부터이다.

열린가든에서는 순수 국산 자연산을 오래전부터 사용한다.
주 사장 집안은 남편 때문에 다슬기를 음식에 넣어 먹기 시작했다. 고질적인 간질환에 시달렸던 남편이 다슬기를 다려 먹으면 다음날 아침에 생기를 되찾곤 했기 때문이다. 다슬기를 질리지 않게 장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내야 했고 그것들이 지금 이 집의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다슬기 까는 것을 취미이자 업으로 삼는 친정어머니에게서 다슬기를 받기위해 매주 진교로 간다. 이 집에서 사용하는 다슬기는 섬진강 유역에서 채취한 것이다. 다슬기와 더불어 참게를 많이 쓰는 것은 참게 양식을 전국에서 최초로 개척한 남편이 남긴 귀한 유산인 셈이다.

▲ 열린가든에는 다슬기 요리가 다 모였다. 다슬기탕, 다슬기들깨탕, 다슬기수제비, 참게장(사진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
이 집에서 가장 으뜸 요리는 ‘가리장’이다.
참게와 다슬기를 주재료로 하는데 들깨, 찹쌀, 콩가루, 참깨, 방아로 맛을 내고 녹말가루로 걸쭉하게 찜으로 내 놓는 요리이다. 중국요리 집에서 나오는 ‘유산슬’ 같은 모양새라 생각하면 되겠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데도 그 맛이 깊고 오묘하다. 특히 민물 참게를 즐기는 사람들은 가리장을 앞에 두면 절로 웃음이 헤퍼진다.

그만큼 맛이 있다.

또 있다. 돈을 따로 받지도 않고 밑반찬으로 나오는 것인데 ‘참게장’이다.
달콤짭짤한 진간장 국물에 크기가 알맞은 참게가 폭 담겨 나오는데 깨를 솔솔 뿌려 내 온다. 가뜩이나 고소한 참게가 그야말로 깨소금 맛이다.

다시마를 다린 육수에 진간장을 넣어 간을 삼삼하게 잡고 이 간장 국물을 아홉 번이나 다리고 식혀가며 삭힌 참게장이다.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참게장이 지니는 민물 생물 고유의 흙내를 지우기 위해서이다. 한 접시 더 먹고 싶은 유혹을 겨우 참는다. 돈을 받지 않으니 어찌 또 달라고 할 수 있으랴!

▲ 단체손님 예약이 엉켜 낭패를 본 이날, 주 사장은 금방 마음을 풀고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에 응해 주어 그녀의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옆자리에 단체 예약 손님 20명분을 받았는데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말이 꼬여 버린 것이다. 예약이 취소됐는데 밑반찬을 잔뜩 차려 놓았다. 단체 손님을 받으려면 시장도 따로 봐야하고 손도 많이 잡히는 것이 한식이다. 그 많은 음식을 다시 치우고 있다. 생선구이도 있고, 두부 김치도 있는데 이 음식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고, 사장님, 손해가 많겠네요. 어쩌지요?”

“뭐, 그럴 수도 있지요. 다행히 들깨탕을 미리 끓여 놓지 않았어요. 오시는 손님들 보고 맞추어 끓이려 했거든요. 그래서 큰 손해는 없어요. 어쩐지 예감이 그렇더라고요. 호호.”

웬만하면 입이 삐쭉 나오고 큰 소리도 나올만하건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란다.
낙천적인 사람이다. 이런 널널한 성품이 단골손님들을 오랫동안 거느리고(?) 있는 비결이 아닐까! 진정한 맛 집은 음식 솜씨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고운 마음씨도 따라줘야 하는 것이다.

▲ 새 보금자리를 찾은 열린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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