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득의 추천도서] '남한산성' / 김훈

독서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춥지도 않고, 적당한 날씨에 커피한잔에 혀끝을 현혹시키고 가벼운 이불을 난로 삼아 거실에서 TV리모콘 대신 책을 펴든 모습, 정말 낭만적이지 않습니까?
열어젖힌 창문사이로 귓불을 살짝 건드리고 지나가는 실바람도 싫지만은 않고요.

이번 달 추천 도서는 ‘남한산성’입니다. 김훈 선생님의 장편소설이죠.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남한산성이라고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 민요가락에도 나오죠.

조선 인조 때 건립되어 중국 청나라가 조선을 침입했을 당시 백성과 궁궐을 버리고, 임금이 잠시 머물렀 던 곳입니다. 차마 입에도 올리기 싫은 부끄러운 역사의 멍에를 짊어진 곳입니다.

중, 고교시절 우리나라는 한 번도 남의 나라를 침범하지 않은 것을 자랑삼아 왔다고 배웠습니다.
외세의 침략에 힘없는 아이들, 여성들이 무자비하게 유린당하고 짓밟혔는데도요.
과연 이런 역사가 자랑할 만 한 가치가 있을까요?

아니 전쟁을 일으켜서 남의 나라국민들을 고통에 빠뜨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힘을 키워서 결코 외세가 침범하지 않도록 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 김훈 저 / 출판사 학고재
얼마 전 신문에서도 이웃나라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놓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으로 제소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우리정부에서는 당연히 실효지배하고 있는 우리가 주인이기에 대응할 일말의 가치가 없다고 기사를 일축했습니다. 이렇다고 해서 과연 문제가 해결될까요?

단연 일본뿐만이 아닙니다. 중국도 지금은 일본과의 영토분쟁(센카꾸열도) 때문에 수면위로 올라오지 않을 뿐 언젠가는 이어도 문제를 가지고 우리나라와 설전을 벌일 것입니다.

이 모두가 강대국과 약소국 간에 빚어지는 비참한 현실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가 지금은 세계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시점에서, 아직도 UN안보리 석상에서 일본위안부 문제를 거론해서 일본정부에 사과와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북한의 핵실험 무력도발, 북한주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중국과 긴밀한 협조를 해나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조선임금 인조가 남한산성에 피신해 있을 당시 성 밖에 있는 백성이 오랑캐에게 유린당하고, 문화재가 유실되고, 식량과 자원이 약탈당하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는 것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글귀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결국에 한나라의 임금이 오랑캐의 장수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항복을 하고 왕자를 볼모로 내어줍니다.
남한산성을 뒤로하고 궁으로 돌아 올 당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결코 그때의 치욕을 인조는 가슴깊이 새기고 또 새기면서 길을 재촉합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전 불감증이 낳은 대량 참사, 북한의 무력도발, 효선, 미선양의 어처구니없는 죽음과 미군의 태도와 이에 맞서는 우리정부, 금융위기,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사건들을 우리는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버리고 있습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세계는 국수주의가 판을 치는 현실입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합리한 무역 관세와 자원을 미끼로 약소국들의 숨통을 죄어옵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우리는 과연 어떤 국가를 선물로 주어야 하겠습니까?

경각심과 위기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이 책 ‘남한산성’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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