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천소방서 손용목 서장

▲ 사천소방서 손용목 서장
'한손으로 홀로 쳐서는 아무리 세게 쳐도 소리가 없다.'

전국시대의 한비 등이 쓴 한비자(韓非子)의 공명(功名)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화재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관의 마음은 오직 하나이다.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해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소방차에 올라타고, 분초를 다투며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나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주리라 믿는 내 이웃이 그 곳에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소방차가 출동하는 곳곳에서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에 부딪친다. 복잡한 도로에서는 차량정체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좁은 골목길에 불법으로 주정차 된 차량이 소방차의 진입을 어렵게 하며 소방차전용 주차공간은 흔적도 없는 현실은 소방관을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든다.

지난 2009년 11월 부산 중구 신창동 실내 실탄 사격연습장 화재현장에서 15명의 목숨을 잃은 참사당시 좁은 시장골목에 위치하여 골목의 좌판 등으로 인하여 소방차 진입이 지연되었고, 그로인해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가 신속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올해로 3년차, 화재피해저감을 위해 전 소방역량을 집중하여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인명피해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한 여전히 소방 출동로 여건은 도시집중화에 의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천소방서는 화재발생시 소방차를 화재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출동로를 확보하기 위해 화재 현장까지의 거리, 교통량, 장애요인, 그리고 효과적인 진입여건 등을 고려한 소방전술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효과적인 화재진압을 위한 주요소방대상물 920개소 소방활동정보카드를 작성, 지속적인 현장 출동훈련을 병행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매뉴얼 보다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것이 소방차의 통행로 확보이다. 소방차 통행로는 화재현장에 신속히 도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현실적 문제이다.

시민 모두가 소방차 출동로는 내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길임을 깊이 인식하고 소방 출동로는 생명로라는 의식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전불감증의 과거는 모두 지우고, 이제는 G20 국가위상에 걸 맞는 시민의 안전의식과 법질서준수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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