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대로 세계일주]23. 환상적인 캐리비안 스쿠버다이빙

▲ 10년 만에 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 있었던 멕시코 뚤룸의 '쎄노떼(동굴)'
이번 여행을 통해 근 10년 만에 스쿠버다이빙을 했다. 그것도 내가 사랑하는 캐리비안 바다와 ‘쎄노떼’(동굴)에서.

그 첫 개시는 멕시코 뚤룸의 ‘쎄노떼’ 다이빙이었다.
간만에 하는 다이빙에 다소 긴장이 되었지만 다행히 내 몸은 쩍 달라붙는 잠수복과 배에 힘을 주지 않으면 뒤로 훌러덩 넘어갈 것 같은 산소 탱크, 혹시라도 물이 들어오기라도 할 새라 권투선수처럼 입에 꽉 문 레귤레이터 피스, 개구리눈처럼 보이게 하는 마스크, 그리고 오리발을 찰 때의 허벅지의 당김까지 그 모든 것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 몸으로 힘겹게 익힌 것은 이렇게 배신을 하지 않음을 다시금 확인한 것 같아 흐뭇한 미소까지 나왔다.

오전에 한 첫 번째 다이빙은 마냥 신비롭기만 했다.
크리스털 빛 물속에서 밖에서는 아무리 보아도 구멍이 없을 것 같은 곳을 내려가니 작은 동굴 입구가 보이고, 숨이 막힐 것 같이 좁은 그 통로를 지나니 펼쳐지는 물 속 동굴 세계는 마치 새로운 행성을 탐험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식사 후 오후에 다시 들어간 다이빙에서 갑자기 군 잠수의무교육 시 받았던 ‘하레스먼트 훈련’이 떠오르면서 ‘혹시라도 내 레귤레이터나 탱크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 멕시코에는 많은 ‘쎄노떼(동굴)'가 있다. 그곳에서는 마차를 타고 다양한 쎄노떼를 구경하기도 하고, 스쿠버 다이빙과 수영 등 여러 가지 레포츠 활동이 가능하도록 관광 상품화가 잘 되어있다.
바다 다이빙이면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숨을 쉴 수 있으나 이곳 쎄노떼(동굴) 다이빙은 폐쇄된 동굴로 수면 위가 없이 막혀 있는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후레쉬 하나에 의지해서 하는 다이빙이라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꼭 죽을 것만 같았다.

당연히 페어 다이빙이라 그와 같은 문제가 생기면 옆 동료의 레귤레이터를 사용해 호흡하면 된다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지만 어둠 속에서 좁은 동굴을 헤매고 다니니 급기야 심장이 벌렁거리며,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급히 페어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사인을 보내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막히지 않은 하늘을 보니 다시 마음이 진정 되었지만 더 이상 다이빙 할 마음은 들지 않아 쉬고 싶다고 했더니 페어 다이빙이 원칙이라 내가 쉬면 내 페어도 다이빙을 할 수 없단다.

상대방의 기회를 박탈해도 미안하지 않을 정도의 금액이 아니기에 5분 정도 마음을 진정시킨 후 다이빙을 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내가 폐쇄공포가 있음을.

이렇게 여행은 종종 내 안에 있는 나도 모르는 나의 일부분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 후 온두라스 케이 아일랜드에 가지 않았다면 여행 중 내 다이빙 기억은 두려움으로 마무리 되어 한동안 스쿠버 다이빙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스쿠버다이빙 주의사항 등이 새겨진 표지.
크루저 세일링의 중간 기항지였던 온두라스 우띨라.

과테말라 리오둘세에서부터 그동안 함께 항해를 했던 라파가 우띨라에 도착할 즈음 갑자기 질문하나를 던졌다.

“넌 여자가 좋아? 남자가 좋아?”

너무나 생뚱맞은 질문에 농담으로

“당연히 난 여자가 좋지. 내가 말했잖아. 나 군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고. 그래서 그동안 남자들은 질리도록 봤어. 그래서 이제는 여자 친구를 좀 더 만들고 싶어”라고 했다.

근데 라파는 농담이 아니었나 보다.
진지하게 뉴욕에 가면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여자와 사귈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헐~!

그러면서 마지막 기항지 베이 아일랜드 중 하나인 ‘로아탄’까지 가는 것 보단 ‘우띨라’가 물가가 저렴하니 여행하기 편할 거라며 여기서 ‘안녕’하잖다.

▲ 크루저 오너 라파의 질투심을 살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폴란드 미녀 아나와 나. 그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여인들의 프렌드십을!!(사진 왼쪽), 라파가 하선을 요구했던 스쿠버 다이빙을 사랑하는 배낭여행자들의 천국 ‘우띨라’에서 발견한 “jade seahorse". 스페인의 천재건축가 가우디를 떠올릴 정도로 상상력이 풍부한 이 집 덕분에 질투의 왕자 라파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느꼈다. (오른쪽)
갑자기 황당하긴 했지만 라파 덕분에 과테말라에서부터 온두라스까지 아름다운 캐리비안 바다를 크루저로 세일링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에 감사함을 표하고 하선할 짐을 싸는데, 라파와 같이 일하는 금발 미녀 아나도 같이 짐을 챙겼다.

내가 없는 크루저에 본인도 있을 이유가 없다며 나와 같이 ‘우띨라’에 남겠다고 한 것이다. 흥미로웠던 시작과 달리 황당한 하선이 일어난 이유를 그날 밤에서야 알게 되었다.

라파가 그 전부터 아나에게 마음이 있어 구애를 하고 있었는데, 아나가 그것을 부담스러워 할 즈음 나를 만났고, 아나의 부담감을 덜어 주기 위해 나를 그 크루저에 합승시킨 것이었다.

근데 아나와 내가 너무 친하게 지내니 라파가 질투가 일어 나에게 하선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여자끼리 친한 것을 ‘우정’으로 보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는 라파가 황당하기도 했지만 질투와 다른 문화로 인해 발생한 해프닝이라 생각하니 다소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예기치 않은 국제적 삼각관계(?)에 연류 되긴 했지만 덕분에 아나와 난 환상적인 “diving life”와 만날 수 있었다.

스쿠버 다이버들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는 ‘우띨라’에서 제대로 한번 다이빙을 하기로 의기투합한 우리는 다음날부터 섬 내 다이버 가게를 돌아다니며 가격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다시 승선해 달라며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는 라파 덕분에 우리의 고민은 쉬 해결되었다.

그를 피하기 위해 ‘우띨라’가 아닌 우띨라에서 25분 정도 보트를 타고 가면 있는 이 작은 섬 ‘케이 아일랜드’에서 다이빙을 하기로 한 것이다.

케이 아일랜드는 워낙 작아서 천천히 걸어서 10분 정도면 섬 전체를 구경할 수 있지만,
친근한 웃음의 주민들과 크리스털의 아름다운 바닷물, 그리고 색색의 아름다운 꽃들과 집들로 가득한 동화 같은 섬이었다.

▲ * 좌측 : 케이 아일랜드에서 머물렀던 동안 매일 멋진 풍경을선물해 주었던 곳. * 우측 위 : 손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자랑하는 동네 청년들. * 우측 아래 : 잠수 자격 과정 수업을 받고 있는 아나.
그곳에서 지낸 4일간 난 내 인생 최고의 다이빙을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처음으로 해 본 나이트 다이빙에서는 별만 가득한 밤 칠흑 같은 바다 속에서 내 손에 들린 후레쉬 불빛을 향해 엄청난 물고기 떼가 내 몸을 향해 달려드는 특이한 광경을 볼 수 있었고, 30미터 딥 다이빙이자 난파선 다이빙에서는 난파선을 집 삼아 자란 각양각색의 산호초들과 물고기들의 행렬이 만든 엽서와 같은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몰랐다.

다만 내 파트너이자 호기심쟁이인 아나가 강사 지시를 무시하고 계속 돌아다니는 바람에 아나 찾느라 좀 바빴을 뿐.
사실 같이 다이빙을 하기 전까지 아나가 그렇게 호기심쟁인 줄 몰랐다.

그냥 요리 잘하는 미녀로만 알고 있던 그녀는 폴란드에서 다이빙 슈트와 수경, 컴퓨터 시계까지 챙겨 올 정도로 다이빙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다.

때문에 물속에서 ‘천방지축’ 그 자체였지만, 그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섬을 떠나면서 난파선 다이빙이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말하니깐, 폴란드 바다엔 2차 대전의 영향으로 무지하게 많은 난파선이 있다며, 꼭 폴란드에서 같이 ‘난파선 다이빙’을 하자던 소중한 친구 아나…….
보고 싶다.
이 글은 김윤경 시민기자가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3개월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여행기다. 그녀는 1997년 해군장교로 임관해 근무하다 2010년 11월에 소령으로 전역했으며, 지금은 보건교사로 일한다. 고향은 경남 진주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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