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토성, 매향비에 동판, 조명군총 6.25유공자 기념탑?

문화재란 인류의 문화 활동 소산으로 예술·과학·종교·도덕·법률·경제·민속·생활양식 등에서 문화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자료 등으로 나누고 그 중요도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국보, 보물, 중요무형문화재, 사적, 사적 및 명승,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민속자료), 시· 도 지정문화재, 문화재자료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밖에도 토지·해저 또는 건조물 등에 포장(包藏)된 문화재인 매장문화재(埋葬文化財)도 있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를 보존하고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하고 인류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1962년에 제정한 법률이다.

현재 세태(世態)에서 흔히 회자(膾炙)되는 말로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손해 본다'는 말이 있다. 그런 말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법규를 지키며 사는 것이 무슨 바보들이나 하는 행위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문화재는 이 땅에 몇 천 년을 살았던 선대(先代)들이 만든 업적으로 우리 세대만이 향유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고 자손만대로 이어져야 할 유산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천시의 문화재 행정을 보면 문화재보호법을 준수하고 관리를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사천시는 지난 9월 선진리성에 있는 매향비의 석비(石碑)에 음각된 글을 지우고 동판을 만들어 교체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글을 지은 사람이 글씨가 잘 보이지 않으니 동판으로 제작하여 잘 보이게 해 달라고 시장에게 건의했단다.

▲ 사천시가 지난 9월 선진리성 매향비에 음각된 글씨를 지우고 동판으로 교체했다.
돌에 음각되고 이제 겨우 12년 된 글씨가 안 보인다고 한 작가라는 사람도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아무 생각 없이 동판으로 바꾼 시장도 우스운 사람이다.

설사 시민들의 표를 의식하는 선출직의 시장이 하명하는 일이라도 법규 내에서 할 수 있고 없는 일을 바르게 진언(進言)하는 실무자도 되어야 하리라 본다. 동판을 달고 있는 석비를 보면 잘 생긴 얼굴에 커다란 점을 하나 박아 놓은 격이다.

그리고 조명군총 옆에는 오탈자가 수두룩한 6·25 베트남전 참전용사기념탑을 만들어 지난 9월 20일 제막식을 가졌다.

▲ 조명군총 옆에 건립된 6.25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탑
왜 그 기념탑이 꼭 조명군총 구역 내에 서야만 했을까? 다른 곳에 설치하면 안 되었을까? 그 규모도 조명군총을 압도하고 있어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뭐하는 격이다.

많은 예산으로 용역을 하여 2002년 9월에 발표한 「사천 선진성 주변 사적 공원화사업 정비기본계획」에 의하면 선진리성과 조명군총을 한 영역으로 하여 임진란 사적(史蹟)공원을 만들겠다고 하였다.

아울러 사적공원을 만들면서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이곳을 국가지정문화재로 격상시키기 위한 전초 노력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흐지부지되어지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충령비, 야외공연장, 매향비 등 임진란과 관련 없는 시설물을 이전하거나 철거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설치하지 말아야 할 시설물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 36억원을 들여 복원한 뒤 무너져 내린 채 방치되고 있는 선진리성 토성.
2009년 1월 1일부터 2010년 6월까지 36억 원의 사업비로 280m를 복원하고 얼마 되지 않아 무너져 내린 토성은 몇 년째 방치 되고 있고, 토성전시관의 문은 늘 잠겨 있어 탐방객을 되돌아가게 하고 있다. 필요 없는 곳에 돈을 들이느니 차라리 제때에 고칠 것은 고치는 게 제대로 된 문화재관리가 아닐까?

부실한 문화재의 관리는 비단 선진리성 뿐만 아니다. 문화재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현장을 살펴보면 정말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많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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