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대로 세계일주]25.(마지막회)사랑스런 길동무들이여, 안녕~

▲ 여행 중 만난 한국인은 든든한 지원자이자, 말하지 않아도 여행하는 이유를 아는 나이와 직업을 초월한 좋은 친구들이었다.
여행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다.
낯선 배낭 여행자를 따뜻한 가슴으로 맞아 준 사람들이라고.

스위스 루체른에 밤 11시 40분이라는 늦은 시각에 도착해 버스 정류장을 묻는 나에게 언어가 통하지 않아 손을 잡고 길을 안내해 주신 분도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은발의 할아버지였고, 어디서 하차할지 몰라 당황해 묻는 나에게 핸드폰으로 영어가 되는 사람을 연결해 하차 지점을 알려 준 이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스위스 처자였다.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터키의 동굴 호텔에선 밝은 인사와 맛있다는 바디랭귀지 칭찬에 본인이 만든 전통 요리들을 무료 시식시켜 주시던 콧수염 요리사 ‘램지’ 할아버지도 있었고, 시끄러운 4명의 처자를 위해 기암 계곡에서 모닥불과 와인 파티를 열어 주었던 멋진 매니저 ‘볼칸’도 있었다.

▲ * 좌측 위 : 카리스마 넘치는 랑낀의 미녀 바텐더걸 ‘이자벨’* 우측 위 : 카파도키아 호스텔에서 만난 요리사 ‘램지'. * 좌측 아래 : 스파카나폴리 골목에서 만난 산타클로스 가족. . * 우측 아래 : 차가운 토론토를 따뜻하게 만들어주신 할아버지.
또 호스텔에 여권과 모든 돈을 두고 온 우리를 위해 스페인 세비야에서 마드리드로 향하던 야간버스 운전대를 다른 운전기사와 바꾸고 우리를 다시 세비야로 안내 해 주었던, 엎드려 두고두고 절을 해도 모자란 고마운 기사 아저씨와 그냥 보고 싶다고 영어로 남길 것이지 ‘내가 그녀를 그리워합니다’로 굳이 구글 번역기로 돌려 페이스북에 올리는 바람에 내 친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카리스마 넘쳤던 과테말라 랑낀의 미녀 바텐더걸 ‘이자벨’도 있었다.

여행 책자도 없이 중미 여행에 나선 나를 위해 기꺼이 본인의 책을 내어 주셨던 미국인 할아버지와 그냥 버스 정류장에서 몇 마디 이야기 나눈 것이 전부인데, 캐나다의 추위에 완전 놀라 여행할 맘이 안 생긴다는 나를 위해 토론토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셨던 인도인 할아버지도 있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이의 호의와 베려가 나의 여행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무엇보다 여행 중 만난 한국 사람은 여행 중 ‘최고의 힘’이 되었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같은 나라 사람이란 이유만으로 그들은 그들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 주었다.
본인들도 여행자이면서 장기 여행자라 더 필요한 것이 많을 것이란 이유만으로 말이다.

스위스 민박집에서 만난 어린 두 딸과 한 달간 유럽 여행을 하고 계셨던 아주머니는 귀중품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시며 본인이 여벌로 준비한 복대와 ‘찜질방 안전팬티(?)’를 주셨고, 스위스 인터라켄 제 2의 한국인 민박집이라 불릴 만큼 한국 관광객이 많이 머물렀던 백패커스에선 그들이 주고 간 여분의 토큰으로 빨래며 커피 등을 돈 주고 마실 기회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들로부터 받은 커피믹스와 라면 스프 등으로 아무런 기념품도 준비해 나가지 않았던 내가 부족함 없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었으니 이들의 인심이 얼마나 후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남미에서도 이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아르헨티나 푸에르토 이과수로 가는 야간 버스에서 만난 교포 분은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이름도 묻지 않으시고, 책이며 식사를 대접해 주었다.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던 캐나다에서도 필리핀에서 만난 한국친구 집에서 더부살이와 정확한 정보 덕분에 미국과 캐나다까지 경비 절약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여행 중 사귄 외국인 친구들도 좋았지만 여행자란 이름으로 나이와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친구가 된 한국인 친구들이 난 더 애착이 가고 고맙다.

오랫동안 군에서 근무했던 내가 여행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조카뻘 되는 20대 대학생들과 허물 없이 어울릴 수 있고, 파워 블러그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 ‘램블부부’와 인연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겠는가?

혼자 출발한 여행이었지만 중간 중간 쉼 없이 만난 길동무들로 인해 외롭지 않았고, 혼자였음 안전 때문에 경계하느라 하지 못했을 많은 경험들을 그들로 인해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다’며 여행에 동참하지 않았던 남편에게 말했다.

"그래, 여기저기 다녀 보니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이 최고라는 점에서는 다 똑같더라. 하지만 그 사는 방법은 다 다르더라."

마지막으로 한마디.

"내 꿈이었던 여정 길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 길에서 만난 사랑스런 길동무들이여~! 그대들이 있어 행복한 여행이었어. 보지 못한 이도 있겠지만 모두모두 고마웠어!"

▲ 혼자 출발한 여행이었지만 길에서 쉼없이 만난 길동무들로 인해 결코 외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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