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을 신분 확인 제대로 못한 탓.. “일부러 그런 건 아냐”

▲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제18대 대통령선거와 경남도지사보궐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경남 사천시에서 ‘1인 2표’를 행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제18대 대통령선거와 경남도지사보궐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경남 사천시에서 ‘1인 2표’를 행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19일 사천시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에 따르면, 사천시 사남면에 거주하는 박아무개(40) 씨는 사남면 제3투표소에서 먼저 투표를 한 뒤 사남면 제2투표소에서 또 다시 투표했다. 사천선관위는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자를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관위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사남면 E아파트에 사는 박(40) 씨는 남편과 함께 이날 오전7시께 사남면 제3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하지만 박 씨가 투표하는 동안 박 씨의 남편은 선거인명부에 자신의 이름이 없어 선거사무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후 사남면사무소에 확인 결과 박 씨 부부는 사남면 제3투표소가 아니라 제2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박 씨 부부는 제2투표소를 찾아가 투표했고, 이 과정에 박 씨가 다시 한 번 투표함으로써 박 씨는 이번 선거에서 ‘1인 2표’를 행사하는 결과를 낳았다.

▲ 황당 사건이 발생한 사천시 사남면 3투표소.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선관위에 따르면, 박 씨는 선거인명부가 확정된 이후인 12월 11일에 사남면 H아파트에서 E아파트로 이사했다. H아파트 선거인은 제2투표소, E아파트 선거인은 제3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함에도 박 씨 부부가 잠시 착각한 것이다.

문제는 제3투표소 선거사무원이 박 씨의 신분을 정확히 확인해 제지했어야 함에도 동명이인의 박아무개(35) 씨와 혼동해 투표용지를 발급한 것이다. 이후 박 씨가 제3투표소에서 투표한 사실을 알지 못한 제2투표소 선거사무원이 다시 투표용지를 발급함으로써 이처럼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사천선관위 관계자는 “3투표소 선거사무원이 신분을 정확히 확인했어야 했는데,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일단 투표용지가 투표구에 들어간 만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개표 결과, 당락에 영향을 미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재 박 씨는 선관위 조사에서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투표용지를 주니까 당연히 해도 되는 줄 알았다”며 고의성이 없었음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3투표소에서 박 씨가 투표한 사실이 있음에도 제2투표소에서 두 번째 투표행위를 막지 못한 것을 두고 “선거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선관위 관계자는 “두 투표소 사이 거리가 워낙 가깝다보니 현장의 선거사무원들이 적절한 조치와 보고를 하기 전에 (투표행위가)일어나 버린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어쨌든 선거사무원의 실수와 미숙한 일처리 탓에 박아무개(40) 씨는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1인 1표’ 원칙을 무너뜨리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박 씨와 이름이 같은 또 다른 박(35) 씨는 이후 투표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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