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체육도장 '어린이통학버스' 미신고.. 안전조치 위반 단속 '0'

▲ 어린이 통학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천시의 경우 사망에 이르는 큰 사고는 없었지만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하지 않은 통학용 차량이 많은 것이 현실이고 보면 영원히 안전할 순 없는 일이다. 안전교육과 단속, 둘 다 시급하다.
최근 경남 도내에서 학원 차량 관련 어린이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경상남도교육청이 한 달 간 안전관리 실태 집중 점검에 들어가고, 경남지방경찰청도 어린이통학버스 관련 법규 위반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힌 상태지만, 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시게 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부모들이 느끼는 이 불안감의 근원에는 잊을 만하면 다시 터지는, 어린이통학 관련 사고의 ‘되풀이’가 자리 잡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기관에서 이런저런 행정 조치를 약속하지만 실효성은 별로 없었다. 그 배경에는 제도적 허점이 한몫하고 있음이다.

지난 1월에는 통영, 2월에는 창원에서 각각 어린이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모두 태권도 학원에 다녀오던 아이들이 학원 차량에서 내리는 과정에 일어난 사고였다. 사고 당시 학원 차량에는 다른 보조인 없이 운전자 홀로 운행 중이었고, 차량에서 내려 어린이의 안전한 하차를 확인하는 등의 ‘어린이통학용자동차 운전자의 의무’(도로교통법 제53조의2)를 따르지 않았다.

이 경우처럼 어린이통학 관련 사고 중 상당수는 각종 학원이나 도장 등에서 운영하는 어린이통학용자동차에서 발생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운영하는 통학버스와는 달리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하지도 않고, 어린이들의 승하차를 돕는 보조인도 동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부모가 직접 등하교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하겠지만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사진은 사천 동성초등학교 주변.
문제는 어린이통학버스 신고 운행과 보조인 동승이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데 있다.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하려면 승강구와 등화장치, 실외후사경 등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는 조건을 따라야 하기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그 비용이 적지 않다. 또 보조인을 동승해 운행하려면 인건비 또한 만만치 않기에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해 운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진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대신 도로교통법에서는 앞서 밝힌 대로 ‘어린이통학용자동차 운전자의 의무’를 규정해 놓고, 이를 위반하면 벌점 15점과 7만원(승합차 기준)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규정이 있음에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운전자가 일일이 내리기에는 시간 지연과 교통체증유발 등의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관련 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음은 이들의 불법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사천경찰서에 확인 결과 ‘어린이통학용자동차 운전자의 의무’를 위반해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최근 3년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사천에서는 어린이통학버스로 인한 사고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단속보다는 홍보와 계도에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 어린이보호구역뿐 아니라 학원이나 체육도장에서 돌아오는 어린이들의 안전문제도 심각하다.
관련 업무가 일원화 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어린이통학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유치원과 학원은 교육청에서 관리를 맡고, 태권도장 같은 체육학원과 어린이집은 지자체에 관리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어린이통학버스’ 신고 운행이 의무사항이 아니기에 교육청이나 지자체가 나서서 그에 간여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쯤에서 사천시 관내 어린이통학버스 운행 현황을 살펴보자.

먼저 사천경찰서에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된 통학버스는 109대다. 이들 중 대부분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운행하는 차량이다. 참고로 사천시는 어린이집 1곳당 1대의 어린이통학버스에 대해 월 20만원을 지원한다. 지원받는 차량은 82대. 신고된 어린이통학버스에는 보조인이 반드시 동승해야 하기에 어린이 승하차와 관련해 사고 발생 가능성은 비교적 적다.

반면 학원에서 운행하는 차량의 경우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231개의 학원 가운데 통학용 차량을 운행하는 곳은 135개. 이 가운데 2~3곳 정도만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해 운행하고 있다.

▲ 사천경찰은 3월 한 달 동안 어린이보호구역 등에서 집중단속을 계획하고 있다.
사천시가 관리하는 각종 체육도장들도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하지 않고 차량을 운행하기는 마찬가지다. 태권도, 권투, 검도, 우슈 등 사천시에 등록한 체육도장 시설 32곳 중 어린이통학버스 신고 차량은 한 대도 없다.

어린이 통학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자 일각에선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를 의무화 하고, 추가 비용 일부를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재원 확보와 형평성 문제 등 걸림돌이 적지 않다.

결국 현실적으로 기댈 수 있는 방법은 법규를 제대로 지키도록 강요하는 일이다. 그 권한은 경찰에 있다.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안전띠 착용 문화를 정착시켰듯 어린이통학용자동차 운전자들에게도 엄한 잣대를 대자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사천경찰은 3월 한 달 동안 어린이보호구역과 학원 주변 안전활동을 강화한다. 특히 하교시간대 학원 등의 통학차량 안전 확인 위반에 대한 단속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와 나란히 ‘안전교육’도 강조된다. 사천시 체육지원과 관계자는 “시설 운영자와 차량 운전자 등 어린이통학 관계자들을 한 데 모아 지자체, 경찰, 교육기관 등이 통합교육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도로교통법
[시행 2012.9.22] [법률 제11402호, 2012.3.21, 일부개정]

제51조(어린이통학버스의 특별보호) ① 어린이통학버스가 도로에 정차하여 어린이나 유아가 타고 내리는 중임을 표시하는 점멸등 등의 장치를 작동 중일 때에는 어린이통학버스가 정차한 차로와 그 차로의 바로 옆 차로로 통행하는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통학버스에 이르기 전에 일시정지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경우 중앙선이 설치되지 아니한 도로와 편도 1차로인 도로에서는 반대방향에서 진행하는 차의 운전자도 어린이통학버스에 이르기 전에 일시정지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하여야 한다.
③ 모든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나 유아를 태우고 있다는 표시를 한 상태로 도로를 통행하는 어린이통학버스를 앞지르지 못한다.
[전문개정 2011.6.8]

제53조의2(어린이통학용자동차 운전자의 의무) 제2조제23호 각 목의 시설 가운데 어린이를 교육 대상으로 하는 시설에서 어린이의 통학 등에 이용되는 자동차(제52조에 따라 신고한 자동차는 제외한다. 이하 "어린이통학용자동차"라 한다)를 운전하는 사람은 어린이가 승차 또는 하차하는 때에 자동차에서 하차하여 어린이가 길가장자리구역 등 자동차로부터 안전한 장소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여야 한다. 다만, 자동차에 어린이의 승차 또는 하차를 도와주는 성년인 사람이 동승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본조신설 20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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