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도 입주업종 완화 영향.. ‘계획은 변한다’
뿌리산단 따지기에 앞서 ‘중선포천’ 생태적 건강성부터 따져야

▲ 뿌리산단을 둘러싼 논란이 사천시와 진주시 사이에 뜨겁다. 겉으로 드러나기보단 아직은 물밑 싸움이다. 진주시는 사천시가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혹시 또 다른 '억지'는 아닌가?
진주시의 뿌리산업단지(공식명칭 : 금형(뿌리)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두고 사천과 진주 두 지자체간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사천시의회는 “뿌리산단을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주장하며 뿌리산단 조성 반대 결의안을 채택한 상태고, 진주시는 현안 대응 TF팀까지 구성해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사천과 진주 두 지자체간 갈등의 큰 축은 뿌리산단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진주시는 뿌리산단 조성으로 동남권 기계부품산업 후방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 아래, 유치 업종으로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사천시는 진주시가 주장하는 세 업종뿐 아니라 오염원을 많이 배출하는 주조, 표면처리, 용접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생활환경 오염은 물론 사천만에도 악영향을 끼쳐 수산자원 고갈이나 청정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를 두고 진주시는 다시 비판한다. ‘책임 있는 행정기관으로서 산업단지 개발계획 단계부터 유치 업종을 철저히 제한하겠다는데, 이를 믿지 않으면 어떡하느냐’는 거다. 그러면서 사천시가 마치 ‘감정에 치우쳐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인 양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물론 내동광역쓰레기매립장 문제부터 행정통합 추진 논란까지, 사천시가 진주시에 좋은 감정을 갖지 못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언론인의 입장에서는 진주시의 뿌리산단 조성사업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사천시 속내가 어느 정도 헤아려진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진주시는 뿌리산단에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세 업종만 유치하겠다는데, 이는 참 드문 경우다. 뿌리산업으로 불리는 여섯 가지 업종은 서로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까이 모이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보통의 부품제조 과정을 살펴봐도 ‘주조→가공→열처리→표면처리’ 순으로 진행되는데, 만약관련 업종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지고 생산비용은 올라간다. 이 같은 내용은 진주시가 의뢰한 ‘금형산업단지 조성공사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에도 친절하게 소개돼 있다.

▲ 진주시가 최근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 뿌리산단 관련 홍보물 중 일부.
다음. 진주시 주장처럼 비교적 오염원 배출이 적은 세 업종만 유치한다는 내용으로 공단승인을 받는 것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다.

경남도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단지를 승인할 경우 유치 업종을 자세히 언급하기보다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 있는 중분류 코드를 써 넣게 되는데, 뿌리산업에 해당하는 여섯 가지 업종은 중분류 코드 24번으로 ‘1차 금속제조업’에 해당된다. 결국 뿌리산단에 ‘1차 금속제조업’이 들어설 수 있다면 주조와 표면처리 업체도 입주 가능하다는 얘기다.

만약 진주시가 ‘1차 금속제조업’ 가운데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세 업종만 유치하는 것으로 공단조성계획에서 분명하게 밝힌다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유효할지, 또 유효하다고 해도 필요에 따라 뿌리산업 전체 업종으로 쉽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심하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한 가지는, 지난해 9월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구미 불산가스(=플루오린화수소산) 누출사고다. 5명이 숨지고 18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100헥타르에 가까운 농작물 피해가 있었다. 이후 2차 피해까지 고려하면 피해규모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 불산가스 누출사고는 구미국가산업단지 제4단지의 한 화학약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했다. 구미국가산단 4단지는 당초 ‘디지털 산업 단지’ 일명 첨단산업단지로 계획됐던 곳인데, 화학약품 제조공장이 어떻게 들어설 수 있었던 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은 역시 입주허용 업종을 완화한 ‘계획 변경’ 덕이었다.

산업단지 조성 초기 계획을 바꾼 사례는 사천시에도 있다. 현재 조선업체 등이 입주해 있는 사천제2일반산업단지의 경우 산업단지 조성 초기에는 서부경남첨단산업단지로 불렸으나, 분양이 이뤄지지 않자 공단 사용계획을 바꾼 것이다. 그 결과 해안관광도로가 제 기능을 상실하는 등 새로운 문제를 낳기도 했다.

이렇듯 기초단체 차원이 아니더라도 경남도, 심지어 국가가 관리하는 산업단지도 상황과 여건에 따라 입주허용 업종이 바뀌는 마당에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업종만 유치하겠다는 진주시 계획이 얼마나 유효할 수 있을까?

게다가 진주시가 계획하고 있는 93만제곱미터 규모의 개발이 적정한지, 입주할 업체는 있는 것인지, 사천시는 잘 모른다. 왜? 진주시가 한 번도 이에 관한 내용을 알리거나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주시는 ‘사천시가 그저 억지 주장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여론조장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뿌리산단 조성계획에 관한 정확한 내용을 사천시에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물론 사천시도 이 문제에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 정확한 자료분석을 통한 합리적 논쟁으로 경남도와 지식경제부를 이해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사천시의회가 지난 21일 채택한 ‘뿌리산단 반대 결의안’은 성급했다. 사천시의회가 왜 진주시 뿌리산단 조성사업을 문제 삼는지 진주시의회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순서가 먼저 이뤄져야 했다. 어쩌면 그보다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 공부부터 했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고 치밀한 대응을 주문한다.

덧붙여 진주시 또는 경남도에 제안할 사항이 있다. 정촌산단과 뿌리산단 예정지의 수계라 할 수 있는 중선포천에 관한 문제다.

사천 쪽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사다산단, 축동산단, 대동산단, 그리고 진주와 함께 추진하는 항공국가산단 예정지도 모두 중선포천 수계인데, 과연 중선포천이 이런 개발계획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록 입주 기업들이 배출허용기준을 지키면서 정화된 오폐수를 흘려보낸다고 해도 오염원의 총량 개념에서 보면 중선포천은 심각히 오염될 수 있음이다. 중선포천의 오염은 사천만 오염과 직결된다.

따라서 뿌리산단이라는 새로운 공단 조성이 필요한가 아닌가 따지기에 앞서 중선포천이 지탱 가능한 개발행위가 얼마 만큼인지 살펴보는 환경영향 연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 문제에는 환경단체들도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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