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이리 더운 날씨는 처음입니다.
어지간히 더워야지.
평소 같으면 주말아침은 늦잠으로 해가 중천에 떠올라야 눈이 뜨이는데 요즘처럼 더운 날씨엔 오랫동안 누워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해가 환하게 밝아 오는 순간 푹푹 더워지는 통에 얼른 눈떠서 샤워라도 한판 해야 정신이 나니깐요.
딸아이를 캠프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주연못에 살짝 들렀습니다. 이때 쯤 연꽃이 피었을 거란 걸 알기에..
주차장에 차를 대는 순간 활짝 핀 연꽃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화~알짝. 아침 일찍 부지런을 떤 보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음에 행복했습니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고 고고히 아름다운 꽃을 피워냅니다. 하늘을 향해 꽃잎을 연 모습이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천천히 연못을 따라 걸으니 시원한 바람이 폭염을 잊게 합니다. 더위를 피해 일찍이 나선 동네 어르신들도 평상 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계십니다.
문득 저 피어오른 연꽃 사이로 동화 속 심청이가 걸어나올 듯 합니다. 또 어릴 적 많이 보았던 애니매이션 속 '개구리 소년 왕눈이'가 연잎 위에서 ‘삘릴리 삐리릴리 삘릴릴리’ 피리를 불고 있는 듯 합니다.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동심의 세계도 빠져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더 넓게 펼쳐진 연꽃밭을 보며 혼자만의 행복을 만끽했습니다.
요즘처럼 온갖 부조리가 가득한 세상을 보고 연꽃이 말하는 듯 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주변환경에 물들지 않고 고고히 자라서 아름답게 꽃을 피워 달라고. 나처럼 살아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