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가지고 있음에도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제목이 주는 섬뜩함에 쉽게 끌리지 않았다.

사천여중의 학부모 독서 동아리 ‘아름다운 동행’ 지도 선생님의 거듭된 권유로 읽게 된 앵무새 죽이기.

'앵무새 죽이기의 의미가 뭘까!' 생각하며 읽어 내려가니 페이지수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의 동심과 상황이 그려내는 미스테리에 궁금증을 더하여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주인공 진 루이스 핀치(스카웃)의 6살부터 12살까지의 성장과정 이야기이며 그의 학교와 메이콤 이라는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흑인 캘퍼니아 아줌마의 보살핌 속에 아빠 에티커스 핀치와 잼 오빠와 함께 생활한다.

이야기는 두 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 된다.

어려서 친구들과 함께한 비행경험으로 인해 사회와 담을 쌓고 두문분출 하여 은둔하며 정신적 장애(대인기피증)를 가지게 된 '부 래들리'에 대한 이야기와, 인종차별에 의해 무죄임에도 유죄판결의 누명을 피해갈수 없는 톰 로빈슨의 아빠인 '에티커스 핀치'의 신념어린 변호에 관한 이야기이다.

▲ 하퍼 리 지음 / 문예출판사
이 책을 읽으며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첫째는 사람들의 편견이 만들어 내는 소문이나 유언비어들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들에 대해, 둘째는 신념에 대해, 마지막으로는 양육법과 대화법에 대해서다.

우리 세상은 참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웃하고 살아간다.
스카웃의 아빠 에티커스는 딸에게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한 가지만 잘 배우면 된다"고 말한다. 역지사지에 대해서인데 매우 기억에 남는 대사이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 다니는 거야.”

처음에는 아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일련의 사건들과 이웃 사람들의 여러 유형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오빠 젬과 스카웃은 점점 이해하게 된다.

젬 오빠는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이 있다면, 왜 서로 사이좋게 지내지 못할까? 그들이 서로 비슷하다면, 왜 그렇게 서로를 경멸하는 거지? 스카웃,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왜 부 래들리가 지금까지 내내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말이야, 아저씨는 집 안에 있고 싶기 때문이야!"

라며 부 래들리 입장에서 이해하게 되고, 스카웃은 부 래들리 아저씨의 마당에서 자기 집을 바라보는 마지막 단락에서 진정 부 래들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야를 갖게 된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내가 스카웃이 되고 젬이 되어 배려와 이해의 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말로만 하는 이해와 배려가 아닌 참 뜻을... 이해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는 것이고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은 배려 할 수 있으며 타인의 입장에 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시대적 배경인 인종차별의 벽 앞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결과를 예측함에도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 에티커스의 신념에 대해서도 깊은 감명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꼈다.

비단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기에 나와 같지 않은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서로 다름이지 옳고 그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모든 사람이 정의와 다르게 가더라도 굳건히 나의 생각을 주장 할 수 있는 용기는 내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신념'이라는 이름이었다.

마지막으로 아빠인 애티커스 핀치의 성품에 반하고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닮고 싶다는 결연한 의지가 솟구쳤다.

‘아버지만이 줄 수 있는 게 따로 있다’ 라는 책이나, 요즈음 교육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감정코칭에 대한 롤 모델 같은 아버지 였다고나할까.

많은 부모님들과 함께 읽고 많은 부모님들이 내가 느낀 이 따뜻함을 느끼며, 우리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짧은 생각으로 감히 표현하고, 결론 내리기에는 사뭇 두려움이 있지만 용기를 내어 정리해본다.

이 책을 있게 해준 작가 하퍼 리에게 감사드리며 따뜻한 이웃과 자연과 세상을 주신 하느님께도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