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고 향기나는 여자가 되는 길?”

지난 1일, 사천문화예술회관 공연일정에 ‘학부모특별교양강좌’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냉큼 취재계획을 세웠다. 십대 자녀를 둔 엄마들의 고충을 듣고 현 교육에 대한 의견도 듣겠다는 의지였다. 부모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소양을 알려준다면 ‘시집 갈 생각이나 하라’는 주변 어른들 권고도 떠올려볼 참이었다.

하지만 이 강좌 게시물에서는 시간과 장소 외에 그 어떤 정보도 확인할 수 없었다. 누가 어떤 주제로 무슨 내용을 강연한다는 건지. 강좌를 주최한다는 ‘ㅇㅇ기획사’로 전화를 걸었다.

“내용은 저희도 몰라요. 강사님만 아시죠 뭐.” 달갑지 않게 대답하는 담당자 덕에 뭔가 더 석연찮아졌다. 물음표가 발끝에 뚝뚝 떨어지던 오후 두시 반, 사천문예회관 소공연장에 도착했다. 서른 명 남짓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강사가 무대 위로 올랐다.

한 때 독특한 목소리로 각종 TV토크쇼를 점령했다가 학력논란 이후 자취를 감춘(듯 했던) 그 ‘ㅇㅇㅇ 교수’였다. 행사 현수막에 적힌 주제는 ‘빛나는 여자 향 나는 여자’. ‘학부모특별교양강좌’와는 별 상관없어 보이긴 해도 그럭저럭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이 교양강좌가 끝나고 나면 ‘ㅇㅇ상조’의 전무이사가 관혼예법에 대해 강의를 하시겠단다. 옆자리에 앉은 분이 초대권을 보여줬다.

초대권 뒷면이 경품사진들로 빽빽했다. 이 강연을 협찬하고 있는 그 상조회사가 경품을 받아든 ‘엄마’들에게 어떤 요구를 할지는 이미 짐작할 수 있었다. 강연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것은 이 소공연장이 일순 영업장으로 바뀔 것이란 씁쓸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빛나고 향 나는 여자가 되는 길은 “눈치 있고 싸가지 있고 ‘이쁜짓’해서 귀인을 만나는 것”이라며 강연 내내 ‘년, 놈’을 걸쭉하게 뱉어내는 그의 입담 때문만도 아니었다. 시민을 위한 교양강좌가 이렇게 한낱 장사치들 손에서 영업도구로 놀아나는 모양새가 발끝 저리도록 안타까워서였다.

무료 초대권이면 그만인가. 가치와 정성의 척도가 돈의 크기가 될 수 없듯 소중한 시간을 낸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매너를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이게 이런 거다’ 미리 알려주던지. 물론 이 날 사천으로 장사 차 오신 강연자는 “오후 2시 반에 교양강좌 들으러 올 수 있는 년들은 감사해야한다”라고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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