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산행동아리 회원들, 어려운 이웃에게 군불 지펴 주던 날

▲ 엄마아빠를 따라 매년 '소리개' 연탄배달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임지훈 군(왼쪽), 김유나 양.

지난 주말 아침, ‘청명하다’ 정도로는 표현되지 않는 너무도 고운 주말 하늘이 시선 끝에 자꾸 머무른다. 동행취재를 위해 나선 길이 소풍 가는 것처럼 즐거웠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2공장 주차장 입구에 도착해 보니 이미 ‘소리개’ 회원들, KAI 임직원들과 그 가족들까지 총 60여 명은 버스와 승합차에 나눠 올라타 있었다.

여기서 잠깐, ‘놀러가기 딱 좋은 날’임에도 주말을 반납하고 기자가 동행을 자처한 이들이 누구인지 소개할까 한다.

소리개는 KAI 내 산행동아리다. 이 회원들은 2009년부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배달을 하고 있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일 년에 한번은 배낭을 내려두고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결심한 것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활동을 해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그 결심으로 시작한 지가 올해로 벌써 5년째다.

소리개의 전종필 회장은 “감개무량하다. 이렇게 5년차 까지 온 것에 대해 스스로도 대단하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항상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임해주는 회원 가족들과 매번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준 KAI 임직원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이뤄낼 수 없었겠죠.”

이날 소리개가 따뜻한 겨울을 준비시켰던 동네는 삼천포 동금동과 서금동. 소리개 회원들은 두 팀으로 나눠 A팀은 동금동 내 6가구, B팀은 서금동 내 6가구를 맡았다. 이날 소리개가 준비한 연탄은 200장을 받게 될 동금동 김맹순 님 댁을 제외하고는 한 가구당 300장으로 총 12가구 3,500장이었다. 올해도 연탄 수급 대상자를 찾는 것은 사천네트워크에서 도왔다.

전 회장은 “해가 갈수록 연탄 배달을 받는 세대가 줄어들고 있어요. 물론 연탄을 땔감으로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모두의 형편이 나아지고 있다면 기뻐할 일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연탄이 없으면 차가운 겨울을 보내는 분들 많아요. 한 3~4년 후에는 ‘종목’을 바꿔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만장까지 늘여서 35세대에 까지 공급해 드리고 싶습니다.”

엄마 따라 봉사활동에 나섰다는 임지훈(4학년) 군은 1학년 때부터 해마다 연탄 배달에 참여하고 있다. 지훈 군은 힘들지만, 얼굴에 연탄 묻혀가며 누나, 형들이랑 노는 것이 즐겁다며 베시시 웃었다. 그러고 보니, A, B팀 모두 어른들보다는 학생들, 꼬마들이 눈에 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윤재혁 군 역시 아버지 권유에 따라 참여했단다. 그런데 서동2길 골목 안쪽 끝에 있는 김현정 씨 댁에 연탄배달이 끝난 후 재혁 군의 눈빛이 조금은 달라진 듯했다.

“사실 처음에는 불평불만 했었는데요. 이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까 뭔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드린 이 조그마한 것에 많이 고마워해 주셔서 보람도 느껴지고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짠해요.”

다음해에는 아버지께 PC방 사용료 줄 것을 구실삼지 않고 자발적으로 오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단단히 결심한 모양이다.

가만 생각하니, 소리개의 연탄배달봉사는 일석이조다. 차가워진 화덕과 아랫목을 뜨겁게 데우는 것은 물론 함께 참여하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 마음에 이웃을 생각하는 넉넉한 품 하나 쥐어주니 말이다.

귀뚜라미 타전 소리도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계절이다. 650원 짜리 연탄 한 장이 지펴낼 뜨거운 삶, 그 뜨거울 행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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