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피나코테크의 그림들 ②

장 마크 나티에르가 그린 바그리옹 부인의 초상을 보자. 아름다운 여인이 얼굴에 홍조를 띈채 의자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했지만 아무런 장식이 없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모습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인상이다.

나티에르는 초상의 배경을 석양, 혹은 일출로 설정하고 밝고 화사한 자연광이 인물전체를 감싸는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약간의 미풍이 있는지 옷깃이 날리고 있는 듯하며 옷을 투과한 빛이 투명한 살결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옷이 몸을 지배하고 있지는 않다.

로코코 미술에서 보이는 실물 같은 정교함은 없지만 오히려 바람에 살랑대는 옷깃의 느낌은 더욱 확연하다.

몸에는 장신구가 거의 없다. 제목으로 볼 때 모델이 된 여성은 후작부인인데 어찌된 일인지 화려한 장신구를 거의 착용하지 않고 있다. 겨우 허리를 묶는 벨트에 진주장식이 어렴풋하게 보이는 정도다.

목선으로부터 어깨선에 이르기까지 매우 풍성해 보이는 몸집은 여성의 몸에 대한 미의 기준이 지금과는 매우 다름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가슴부분은 거의 흘러내릴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은 18세기 중엽 유럽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즉, 탈 성서적이며 계몽적 사회분위기는 유럽의 공기를 자유롭게 했고 이전의 여성을 속박하던 엄청난 코르셋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몸을 나티에르는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로코코 풍의 초상화가지만 알레고리(다르게 말하기)를 통해 변화하는 세계에 대해 얼핏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처음 역사화로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으나, 1720년 이후에는 초상화에 전념했다. 로코코 풍의 우아한 부인 초상화의 대표적 작가이나, 색채는 비교적 차가운 색을 선호했으며 다른 그림에도 알레고리적 요소를 풍기고 있다.

피나코테크

독일의 3대 미술관이자 세계 6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알테 피나코테크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미술관이다. 유럽의 세계적인 회화들을 소유하고 있는 이 미술관은 14~18 세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보티첼 리, 다빈치, 라파엘로, 렘브란트, 루벤스 등의 작품 7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유명한 화가들 의 방을 시대별, 나라별로 잘 정리해놓았으며, 근대 회화관(노이 에 피나코테크)과 현대 회화관(모 던 피나코테크)이 나란히 있어 서양 미술사 전체를 한 장소에서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피나코테크는 그리스어로 ‘그림수 집’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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