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정명 600주년 기념한 ‘장자번덕’의 창작연극 ‘침향’

▲ 극단 '장자번덕'이 사천정명 600주년을 기념한 창작극 '침향'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바리, 서천 꽃 그늘 아래' 한 장면(자료사진)
조선 태종 13년, 이 땅이 ‘사천’이란 이름을 얻은 지 600년이 흘렀다. 오는 17일이면 음력으로 꼭 ‘그 날’이 된다.

600년. 하루 이틀의 기념 축제로 반추해 보기에는 참으로 길고 대단한 세월이다.

더구나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사천 땅에서 사람들이 살아온 것은 조선 훨씬 이전부터이니 이 즈음해서 ‘정명’ 이전과 이후 ‘사천 땅의 이야기’를 아울러 기억해 봄직하다.

사천극단 ‘장자번덕’의 이훈호 대표는 이번 사천정명 600주년 기념행사 중 하나로 기획한 연극 ‘침향’에서 그 이야기들을 펼칠 예정이다.

“격변기로 가장 혼란스러웠던 고려말과 조선초에 우리 조상들이 미륵불 세상을 기원하며 향나무를 땅에 묻던 것이 ‘매향’인데요. 이렇게 묻은 향나무를 천년이 지난 후에 꺼내 바람과 햇볕에 말리면 아주 깊고 그윽한 향이 나는데 이것을 ‘침향’이라 부릅니다. 이번 연극에서 이 침향을 주제로 한 것은 사천정명 600년을 즈음해, 지난 천년이 우리에게 남긴 향기를 맡아보고 앞으로 천년 후 사천이 보다 나은 세상이 되길 기원하는 마음에서지요. 이 터에 살게 될 후손들을 생각하며 우리 지역에 있는 정치·사회적 갈등들을 본다면 좀 더 화합해서 해결할 마음이 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고요.”

그는 또 이번 공연에서 사천의 향기를 지켜온 역사와 사람들을 등장시켜 사천의 과거 천년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가를 느끼고 그 속에 감춰있는 미래까지 시민과 함께 찾아나가고 싶단다.
▲ 창작극 '침향'의 연출을 맡은 장자번덕의 이훈호 대표. 그는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아 앞으로의 천년이 더 살기좋은 사천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극을 준비했다고.

“과거 역사에서 인물·사건·장소를 가려보면 미래를 볼 수 있어요. 사천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역사 인물들을 극에 등장시켜 우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모두 8장으로 이뤄진 이번 연극은 ‘마도갈방아소리’와 함께 시작하면서 고려 현종 때 이 땅이 ‘사주’로 승격된 것부터, 세종대왕과 단종의 태가 묻히는 장면, 이순신 장군이 처음 거북선을 띄운 사천 앞바다, 일제 강점기로 척박해진 마을에 아이들 글 읽는 소리가 다시 들리게끔 했던 구암 이정 선생부터 박재삼 시인 까지 사천의 ‘과거’를 주마등처럼 훑어준다.

이 연극에서 또 하나 주목 할 점은 시민들과 함께 하는 퍼포먼스다.

‘천년의 마음’으로 미륵불을 바라며 향나무를 묻었듯, 사천 시민들이 소원을 적은 종이를 받아 로켓에 담고 천년 후 침향을 기원하는 퍼포먼스가 진행 된다.

“관객들이 입장 대기 하고 있을 때 단원들이 ‘소원종이’를 나눠줄 거예요. 소원을 적어서 갖고 있다가 공연 시작할 때 배우들이 ‘마도갈방아소리’를 부르며 종이배를 들고 관객들을 지나쳐 올 때 그 소원종이들을 종이배 안에 다시 넣도록 할 겁니다. 그 소원로켓은 마지막 장면에서 하늘로 쏘아 올릴 겁니다.”

단순한 향나무가 세월에 묻고 지내면 침향이 되듯, 우리가 마음을 모으면 미래 사천의 천년도 깊고 그윽한 향을 낼 것이라는 이 대표의 믿음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연극을 보고 ‘내가 또 우리가 이 동네사람, 사천 사람이구나. 우리가 다 한 동아리다’라는 것까지만 느끼고 가더라고 좋겠어요.”

16일(토) 저녁 7시, 사천문화예술회관이다. ‘장자번덕’과 함께 천년의 마음으로 향나무를 묻고 ‘침향’을 기원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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