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2006년부터 이어오던 사천의 여름 대표축제 ‘사천세계타악축제’가 사천시의회의 관련 예산삭감으로 2014년 개최가 사실상 힘들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잘한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다며 비판하는 시각도 많다.

민의를 대표하는 사천시의회의 다수 의원들이 이런 결정을 내렸으니 일단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왜 이런 상황을 맞아야 했는지 과정을 차분히 따져볼 일이다. 돌이켜보면, 사천시는 준비가 부족했고 시의회는 감정 조절에 실패했다.

지난 사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타악축제 폐지 빌미는 사천시가 줬다. 축제 정체성에 관해서부터 축제를 이끌어갈 조직기구에 이르기까지 불거진 문제가 적지 않았음에도 근본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획기적 처방에야 이르지 못한다 해도 그런 방향의 노력이 컸다면 시의회가 시비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초강수를 두지는 못했을 거라는 얘기다.

시의회 총무위원회가 예산삭감 결정을 내린 뒤 보여준 대응도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까지의 부족함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제시하며 적어도 ‘조건부 승낙’ 정도라도 이끌어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이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총무위원들을 적극 설득하기보다 예산결산특별위원들을 상대로 ‘예산 되살리기’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럼에도 타악축제 예산삭감을 비난하는 시선은 사천시의회 쪽을 더 향한다. 먼저 총무위원회가 든 예산삭감 사유가 어설프다고 꼬집는다. 축제 과정에 드러난 문제점이야 아는 바지만 이는 개선해 나갈 수준이지 없앨 만큼 심각하진 않다는 논리다. 특히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기부금품을 모집, 집행한 것을 예산삭감 사유로 든 것은 논리 비약이란 지적이다. 2012년에 일어난 잘못을 2013년에 바로 잡았다면, 적어도 2014년 행사를 앞두고 왈가왈부 할 일은 분명 아니다. 더구나 축제의 개최 여부를 논할 정도는 더욱 아니다.

오히려 사천시의회 의원들이 이 문제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상임위에서 삭감한 예산이 예결특위에서 되살아나는 경우는 사천시의회 역사를 통해 매우 흔한 일임에도 20일 열린 본회의에서 타악축제 예산삭감을 둘러싼 쟁점으로 이 점이 부각됐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타악축제 예산삭감에는 또 다른 감정이 끼어들었을 수 있겠다. 총무위원 소속 한 의원은 지난해 타악축제 집행위원장과 끊임없이 갈등해 왔다. 마침 내년에는 지방선거까지 있으니 의원 개개인마다 이해득실을 따져볼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끝으로 <뉴스사천> 예비 청소년기자들의 생각을 요약해 옮긴다. 앞으로 타악축제 방향을 논함에 있어 충분히 참고가 될 것이다.

“축제에 참가해봤는데 외국인들도 많고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도 많아 삼천포라는 작은 지역이 세계화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무엇보다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소통의 창이라고 생각해요.”

“타악을 이용한 축제라서 특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활용하면 진짜 세계축제가 될 수 있는데, 지금 발전되지 않는다고 해서 예산을 없애겠다는 건 너무 극단적이에요.”

“타악축제는 학생들에게 주는 교훈이 많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안목을 넓힐 수 있는 최고 소통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 안목으로 축제를 폐지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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