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pe of the Daughters of Leucippus 1618

▲ Rape of the Daughters of Leucippus 1618

주요한 등장인물은 네 명 뿐이지만 화면은 놀란 여성들의 팔과 다리의 움직임, 울부짖는 말들의 다리와 갈기 그리고 벌린 입에서 흐르는 타액, 여성들을 말에 싣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근육질 남성의 번쩍이는 갑옷 등으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모두 큰 원으로 묶을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이 원구도의 모범적인 그림으로서 루벤스는 이 작품에서 그의 회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빛을 이용한 찬란하고 풍부한 색채를 선보이고 있다.

루벤스(Peter Paul Rubens)는 벨기에 안트베르펜(앤트워프)의 상류 가정 출신이다. 그는 1577년, 법률가였던 부친 얀 루벤스(Jan Rubens)가 개신교 신앙에 대한 박해를 피해 이주했던 독일의 지겐(Siegen)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사망한 1587년에 안트베르펜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루벤스는 형 필립과 함께 라틴어 학교에서 고전 교육을 받으며 카톨릭교도로 자랐다. 1600년에 그는 자신의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준 8년간의 긴 이탈리아 여행길에 오른다.

이탈리아 곳곳에 있는 르네상스의 유산을 직접 보고 연구한 결과, 위대한 대가들의 예술에 감동한 루벤스는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이탈리아에서 곧 명성을 얻었다. 특히 그는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의 영향을 깊게 받았는데 그의 그림 속에 광선에 대한 영감은 카라바조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안트베르펜으로 돌아온 다음해인 1609년 알베르토 대공의 궁정화가가 된다.

레우키포스 딸들의 납치 「Rape of the Daughters of Leucippus」는 아폴로도로스의 신화에 근거한 주제로, 레다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 카스토르(Castor)와 폴룩스(Pollux)가 레우키포스의 두 딸 힐라이라와 포이베을 납치해서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묘사한 것이다.

이 그림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루벤스 특유의 인체 표현이다. 루벤스 예술의 주제가 인간의 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성별, 나이, 계급에 따라 각기 다른 피부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줄 알았다. 이 작품에서도 구릿빛 남성 피부와 투명한 여성의 피부는 서로 대조되어 보는 사람들에게 매우 강렬함을 준다.

하지만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루벤스의 그림의 인물들의 묘사는 과도한 면이 없지 않다. 그가 그린 남자는 근육이 지나치게 발달되어 있고, 여자는 너무 살이 쪘으며, 화면은 지나치게 번쩍이고, 강렬한 색채는 눈이 피곤할 정도로 화려하다. 그의 작품 속 모든 것은 실물보다 크고, 현실보다 강력하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반종교개혁 시대의 카톨릭 교도였다. 당시 유럽 전역에 밀어닥쳤던 종교개혁의 열풍은 독일에서 발흥하여 벨기에를 휩쓸고 있었는데 루벤스는 벨기에의 기득권층으로서 엄격한 카톨릭신자였다. 따라서 카톨릭의 신성함과 위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표현이 바로 그림에서의 여러 가지 강조로 나타난 것이다. 더 크고 더 강렬하게 인물들을 묘사하고 색채를 나타냄으로서 종교개혁의 바람에 맞서 카톨릭의 위엄을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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