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용궁수산시장 설맞이 감사이벤트 축제 현장, 싱싱한 활어와 시장 인심에 궂은 날씨도 어깨춤

▲ 용궁체조를 펼치는 세 번째 팀 순서에서 반주 끊긴 후 무대 아래에서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노래를 이어갔던 상인들. 본 반주음악보다 크고, 따뜻했다.
설 연휴를 닷새 앞둔 지난 25일 오전, 삼천포용궁수산시장에 한판 길놀이가 벌어졌다.

‘문화사랑 새터’ 풍물패 단원들이 풍악을 울리자 시장을 지나치던 사람의 발길이 멈춘다.

두리번거리다 마음 열린 사람들이 야외무대 객석을 채우기 시작했다. 가게는 뒷전으로 잠시 미룬 상인들도 하나 둘 씩 모여들었다. 무대 위에서는 극단 ‘장자번덕’ 단원들이 한바탕 굿판을 벌이고 있었다.

박선희 할머니 역시 설맞이 장을 보러온 손님이 많을 테지만 장사를 제쳐두고 무대 앞 객석에 앉았다.

“새해에 장사 잘되고 소원성취 하라고 빌어주니 좋네! 우리 상인들 소원이야 관광객 많이 보내 주는 거지.”

“재밌고 좋지,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스트레스 풀리면 장사도 잘 될 것이고. 시장 한 복판에서 이런 행사를 하니까 즐거워.”

‘삼천포용궁수산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단장 임형태, 줄여 육성사업단)이 ‘설맞이 구매고객 감사이벤트’로 연 축제마당이었다.

▲ 삼천포가 낳은 트로트 신동 박효빈 군이 서울에서 2집 준비 중에 삼천포 고향집을 방문했다. 이번 용궁수산시장 설맞이 감사이벤트 축제의 공연 무대에 올라 어려서부터 효빈 군을 지켜본 여러 시장 상인들에게 큰 격려와 호응을 얻기도 했다. 행사 중 비가 많이 내려 흠뻑 젖은 채로 노래하던 중 용궁시장 상인으로 일하는 효빈 군의 어머니가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트로트 신동 박효빈, 사천지역 댄스 동아리, 미스용궁 선발, 노래자랑 등 무대공연이 펼쳐졌다. 또한 건어물·수족관 활어 낚시, 떡메치기, 용궁여의주 찾기, 용궁캐릭터 쿠키 증정, 용궁 캐릭터 소원지에 소원 적어 소원나무에 걸기 등 여러 체험 코너와 경품권 추첨으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오전 11시부터 행사와 함께 시작된 가느다란 빗줄기가 예상치 않게 굵어지기도 했다. 객석 의자들이 다 젖는 바람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길 옆 건물의 처마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일렬로 놓여있는 객석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앉았나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보였다.

두 달 만에 고향을 찾은 트로트 신동 박효빈 군이 열창 하자, 비를 피했던 상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앞치마를 두른 채 덩실 거리며 앞으로 나왔고 ‘물메기 찜’ 요리 시연회가 무료시식회로 바뀌자 길 끝에서, 뒤에서, 옆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군중은 ‘동원’하는 이 없어도 어떤 힘에 끌려 모이기 마련이다. 이 날의 힘은 옛 정과 인심이었다.

아주 근사해 보일 수 있었던 레시피를 단박에 버리고 무료 시식회로 바꾼 것은 임형태 단장이었다.

“어려운 조리법 설명하기보다 그냥 와서 드셔보고 가시라는 거죠. 오늘 물메기 찜을 시식한 사람들이 그냥 맛있게 먹고 가버린 것 같지만 ‘맛’을 본 사람들은 다시 또 찾아 올 겁니다.”

임 단장의 마음이 어쩐지 엄마 손 잡고 갔던 그 옛날 시장 할머니들 인심과 많이 닮아있었다.

그가 이날 그려 둔 ‘시장 축제’는 ‘같이 먹고 같이 놀고 같이 어울리는 것.’ 그는 용궁시장을 구성해 가는 수요자, 진행자, 관광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이 셋 모두가 어우러지는 축제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비가 그칠 무렵, 춤과 노래, 그리고 하나 된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졌다.

상인들이 각각 세 팀으로 나눠 팀별로 준비한 ‘용궁 체조’를 선보이고 있었고 맨 마지막 팀의 무대가 끝나갈 즈음 이었다.

비가 온 탓에 음향기기 작동이 원활치 않아 반주가 꺼졌다. 반주음악이 들리지 않았지만 노래는 끊이지 않았다.

무대 아래에 서 있는 상인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용궁체조’를 가사 한마디 틀리지 않게 부르고 있었다. 이날 설맞이 준비로 시장에 나선 사람도, 지나던 행인도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굴려 박자를 맞추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대 위, 아래에서 용궁시장 상인들은 어렵지 않게 ‘생목 반주’를 완성했다. 이 순간이야말로 이날 축제의 ‘백미’가 아니었을까.

“언제나 좋은 사람들~ 우리를 기다리는 곳~ 여기는 용궁수산시장!”

행사 진행을 맡았던 사회자도 들뜬 목소리였다.

“이렇게 상인들이 적극 참여하는 시장 축제는 처음입니다. 용궁수산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생업과 경제, 그 치열한 삶의 고리를 풀어 한 마음으로 묶어 내는 것은 문화의 흥겨움과 다정한 사람들이 빚어내는 따뜻한 화학작용인 듯 싶다.

그렇게 우리가, 너와 내가 닮아가고 작은 희망들이 같아진다. 또 그렇게 삶은 덜 치열해지고 조금은 살아낼 만 해 지는 듯하다.

다시 또,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의 ‘흥’을 돋우기 위해 달려갈 육성사업단. 이들이 펼쳐 보일 다음 번 ‘시장축제’가 사뭇 기대 된다.
▲ 1번 GATE 체험 행사였던 떡메치기. 거제에서 세 식구와 함께 삼천포를 방문한 유성상 씨가 떡메치기를 하고 있다. 유 씨는 거제에 살면서도 삼천포 회 맛이 일품이라 다른 곳 해산물은 입맛에 안 든다며 10년 째 명절이나 휴가 때마다 꼬박꼬박 삼천포를 방문한다고. 유 씨는 또 “용궁수산시장이 현대화 되고 나서 더 깨끗해져서 좋다”며 “설맞이 장보러 왔다가 재미있는 행사 구경을 해서 좋다”고 밝혔다.
▲ 이우경(진주·상봉동) 씨는 한 달에 2,3번은 꼭 삼천포 어시장을 찾았던 ‘단골’이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맞아가면서 장을 봤는데 지금은 건물이 잘 돼 있어서 편리해요. 무엇보다 주차장이 생겨서 더 편하고 더 자주 오게 되요. 요즘은 한 달에 5번, 그 이상도 와요.” 포항이나 통영을 가 봐도 삼천포 물건이 가장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해 ‘팬’이 될 수 밖에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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