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어린이날...행사 취소 후 가족 단위의 간소한 소풍 늘어

▲ 맞벌이 부부라 아이들과 평소 잘 놀아주지 못해 늘 아이들에게 미안한 한현철 씨 부부와 두 딸. 비록 세월호 참사 애도의 분위기로 조용하고 차분한 어린이날이지만 아이들은 예년처럼 즐겁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할 때 가장 밝게 웃는다.
세월호 참사 20일 째였던 5일 어린이날도 ‘잔인한 4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매년 ‘사천시 어린이날 잔치 한마당’이 열렸던 삼천포종합운동장에는 축제 대신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귀환을 바라는 ‘노란리본’들이 봄볕에 빛났다.

사천 내 지역아동센터나 신애원 등 아동복지시설들도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간단히 영화 관람이나 외식을 하는 정도로 어린이날을 지냈다. 대신, 가벼운 간식을 준비해 가까운 동네 공원이나 수목원 등 산책과 소풍을 즐기는 가족이 많았다.

그러나 이날 아이들 손을 잡은 부모들은 팽목항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엄마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차분하고 ‘어른스럽게’ 어린이날을 보냈다.

한현철 씨 가족도 연휴를 맞아 캠핑을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집 앞에 있는 초전공원으로 나들이를 왔다. 부인 백혜경 씨는 “늘 공설운동장에서 하는 어린이날 행사를 갔었는데 다 취소 돼서 그냥 집 가까운 데로 나왔어요. 사실 이렇게 나와도 마음이 좀 불편하다”며 “근데 아직 뭣 모르는 아이들은 어린이날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하니까 이렇게라도 챙겨주고 싶어 나왔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딸 한지연 양은 평소 맞벌이 하느라 시간을 잘 못내는 엄마 아빠와 소풍을 나온 것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지연 양은 “기분 좋아요”라고 활짝 웃으며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겼다.

▲ 류재만 씨와 아들 류태웅 군. 늘 곁에서 '편'이 되어주겠다는 아빠와 그저 간단한 공놀이도 즐겁기만한 아들에게 어린이날은 '선물'이다.
류재만 씨도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아들 류태웅 군을 데리고 나와 공놀이를 했다. 류 씨는 “이번 주에 어버이날도 있고 해서 떨어져 지내는 형제들하고 연휴에 맞춰 시간을 내다보니 지난해처럼 어린이날을 위한 특별한 계획을 못 세웠다”며 “항상 바쁜 아빠지만 아이 곁에서 ‘편’이 되어주는 아빠이고 싶다”고 말했다.

태웅 군은 “팽이랑 농구대를 선물로 받았다”며서 “어린이날은 선물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고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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