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 맞은 캠퍼스 장미꽃 대신 피어난 ‘예법’

세월이 흐르면 우리 모두는 어른이 된다. 정확히 하면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를 먹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 할 수 있는 ‘완전한 행동능력자’인 셈이다. 하지만 ‘어른’에게 주어지는 자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어른은 ‘책임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5월의 셋째 주 월요일이었던 지난 19일, ‘성년의 날’을 맞은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학생들은 장미꽃이나 향수 대신, 좀 더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 한진규(한문학과·1) 학생은 올해 ‘약관’의 나이가 됐다. 이날 행사에서 관례자로 나서 관을 쓰고 ‘백규’라는 자(字)를 받은 진규 학생은 “이름 뜻대로 거짓말 하지 않고 말을 삼가며 살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셋째 주 월요일이었던 지난 19일 국립경상대학교(총장 권순기) 예절교육관에서 한문학과가 진행한 ‘전통 관례·계례식’은 성년이 된 학생들에게 어른이 갖는 ‘책임의 무게’를 알려주고 있었다.

‘전통 관례·계례식’은 우리나라 옛 선조들이 스무 살이 된 남아에게는 갓을 씌우고 여아에게는 비녀를 꽂아주며 자(字, 사람의 본 이름 외에 부르는 이름)를 수여해 성년이 된 것을 알리는 전통 의식이다. 더불어 성년으로써 갖춰야 할 마음가짐, 몸가짐을 당부했던 예법이었다.

이날 행사는 오후 2시, 전통 풍물패의 식전공연과 함께 권순기 총장과 조원호 인문대학장의 축사로 시작됐다.

관례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12개 단과대학 대표들에게 권순기 총장이 자(字)를 내리기도 했다. 각 단과대학 대표로 나선 학생들 중에는 이미 스무 살을 넘은 학생들도 있었지만 진지한 자세로 자(字)를 받는 모습이었다.

정유니(식품영양학과·4) 학생은 “오늘 ‘화광’이라는 자(字)를 받았다”며 “본 이름 뜻이 ‘특별한 사람이 되라’인데 ‘화광’은 이 특별함을 ‘많이 드러내지 말고 은은하게 드러내라’는 의미다. 내 삶에 아주 뜻있는 이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날 계례자였던 강지혜(오른쪽, 한문학과·1) 학생은 “스무 살이 됐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책임을 지고 있진 않은 것 같다”며 “지금은 사회로 나갈 기반을 다지는 것이 성인된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례식과 계례식이 차례로 진행됐다. 이날 관례자였던 한진규(한문학과·1) 학생은 1시간에 걸친 관례식을 마친 후 “어른이 되는 일 참 어려운 것 같다”며 힘든 기색을 보였다. 진규 학생은 또 “좀 더 성숙해 진 것 같은 느낌이다. 청소년의 모습을 벗어나 성인 된 모습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장원철 한문학과장은 “오늘 2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본래 우리 조상들은 하루 종일 걸려 치렀던 의식을 대폭 줄인 것”이라며 “이 행사가 단순히 전통관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힘들게 이 의식을 해내면서 성인이 가져야 할 균형 감각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생활 역시 ‘의식’의 연속이다. 어른이 나이만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좋고 싫음을 떠나 필요한 것은 참고 해 낼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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