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vs IPTV ‘불붙은 창과 방패의 싸움’

아파트 TV공급권을 놓고 케이블 업체와 IPTV 업체 사이에 경쟁이 붙었다.
아파트 TV공급권을 놓고 창과 방패의 싸움이 시작됐다.

경남 사천시에 있는 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역 케이블방송사와 맺은 단체계약 종료시한(4월30일)을 앞두고 최근 고민에 빠져 있다. 지금처럼 케이블방송을 볼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등장한 IPTV를 볼 것인가가 고민의 핵심이다.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입주민대표자회의에서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조사용지는 기존 케이블TV 단체계약을 유지하고 싶은지, IPTV로 전환하고 싶은지, 개별 자율계약 하고 싶은지를 묻고 있다.

이 설문조사는 겉보기에 아주 조용하게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물밑에선 엄청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부경남 유일의 케이블방송사로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방송권역을 지켜온 서경방송과 최근 IPTV시장 개척을 선언하고 나선 KT사천지사가 경쟁의 중심에 있다.

이들은 설문조사 일주일 전부터 이 아파트 입구에 홍보관을 설치하고 창과 방패의 치열한 홍보전을 벌였다. 홍보 마지막 날인 지난 19일 일요일 오후, 취재를 위해 이 아파트를 찾았을 때 ‘과열경쟁’이란 비판을 받을세라 조심하는 눈치였지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취재에 응하는 모습이었다.

경쟁의 핵심은 역시 ‘가격’이다. 서경방송은 현재 이 아파트의 일부 세대를 제외한 대부분 세대와 단체계약을 맺어 기본요금보다 2000원쯤 싸게 공급하고 있다. “만약 단체계약자가 줄면 할인혜택이 줄거나 기본요금으로 환원된다”며 단체계약을 유지해주기를 곽재균 마케팅팀장은 바랐다.

그리고 좋은 화질과 양방향서비스가 장점으로 알려진 IPTV에 맞서기 위해 자체적으로 준비한 양방향 HD디지털방송 상품인 ‘서경하이디TV’를 내세웠다. 또 채널의 다양성 면에서 현재의 IPTV보다 우위에 있음을 강조했다.

경쟁업체들이 준비한 여러 홍보물들
반면 KT사천지사에서는 ‘방송채널 선택권’을 공격 화두로 내세웠다. 이미 대부분의 공동주택이 서경방송과 단체계약을 맺고 있음을 의식한 전략으로 보인다. “케이블방송뿐 아니라 IPTV나 위성방송도 소비자가 선택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게 서정원 사천지사장의 주장이었다.

따라서 공시청시설 복구를 도와 지상파방송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최신 상품인 QOOK TV를 소개하면서 서경방송 기본요금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음을 강조했다.

이밖에 ‘인터넷상품과 묶어 팔기’ ‘입주민을 위한 아파트 지원책’ 등 서경방송과 KT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입주민들에게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에 비하면 입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한 편이다. 설문조사 마감시간이 22일 저녁7시로 잡혀 있지만 저녁6시 현재 조사에 응한 세대는 채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대표자회의 조용환 회장은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회의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에 같은 IPTV업체인 LG파워콤이나 SK브로드밴드는 빠졌다. 아마도 관련 정보에 어두웠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이 아파트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면 이들도 경쟁에 뛰어들 것은 뻔해 보인다. 결국 안방의 TV채널권을 놓고 기존의 지역 케이블업체와 거대 기업들이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TV공급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는 사천의 한 아파트
물론 소비자들이 새로운 TV공급방식을 꺼릴 가능성도 있지만, 인터넷과 접목한 IPTV가 막강한 경쟁력을 가졌음은 전문가들이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기존의 지역 케이블업체에는 큰 시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이를 두고 의견은 엇갈린다. “기술발전에 따라 새로운 흐름을 쫓고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과 “대기업의 언론 장악으로 이어져 지역언론의 황폐화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기술발전’을 ‘건강하게’ 누릴 현명함이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에서 이 물음이 던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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