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인근 공장 소음으로 주민들과 업체 기나긴 합의 레이스…근본적 해결책 없나

▲ 국도3호선 사천읍 방향 온정사거리 300미터 전방이다. 길 오른쪽에는 지난해 입주한 이후 공장소음 문제로 인근 온정리와 석계리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한 업체가 있다.
사천시 용현면 온정마을 주민들의 집단항의로 시작된 이른바 ‘한밤의 소음’ 민원이 일 년이 다 되어 가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2013. 9. 26. “제발 잠 좀 자게 해주이소”]

지난해 9월 13일 온정마을 입구에서 주민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항의집회에는 사천시청 공단조성과 및 환경보호과 공무원, 업체 관계자 등이 나와 주민들과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논의에서는 ▲공단조성과가 지속적인 중재노력을 기울이고 ▲환경보호과가 분진과 소음에 관한 환경측정을 실시하며 ▲업체는 방음벽 설치 및 야간작업을 자제함으로써 소음발생을 최소화 한다는 결론을 내며 갈등을 매듭짓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로도 이와 관련한 민원은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B(61, 목골마을 거주)씨는 “지난해 합의를 했음에도 시청이나 업체에서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약속했던 방음벽은 아직 설치되지 않았으며, 소음도 여전하다”며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힘들게 하는 소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천시청 민원게시판에 수차례 글을 올린 이 마을 C씨의 이야기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수차례 민원을 제기해도 사천시의 답변은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과 다르지 않으며, 다른 주민이 글을 올려도 몇 문장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답변이 올라온다”며 시청의 무성의함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해당 업체와 관계 공무원들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기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업체 대표 D씨는 “갈등이 불거진 이후 주민들과 원만하게 합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고, 상당부분 해소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한 마을 주민은 다소 누그러진 말투로, “업체측에서 약속을 이행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며 “좀 더 기다려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마을 내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공장에서 가까운 또 다른 마을인 목골마을 주민들과는 아직 평행선을 달리는 상태였다. 공장 바로 앞에 집이 있었던 한 주민은 민사소송 끝에 자신의 집을 업체측에 매각하고 마을을 떠났다. 다른 주민들은 소음과 분진을 완화시켜줄 방음벽 설치를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업체와 주민들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높이 20미터의 방음벽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업체측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 공장 건물의 높이가 18미터인 점을 감안하면 20미터 짜리 방음벽을 세울 경우 태풍 등 강풍에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업체측의 해명이다. 이에 D씨는 “현재는 7미터 규모의 방음벽 자재를 구매했고, 이번주 안에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데 한동안 야간작업을 진행하지 않아 손실이 컸고, 그 이후에는 주민들과의 합의에 매달리느라 정상적인 사업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며 “입주한 지 일 년 만에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부동산에 매물로 내놨다”고 전했다.

23일 사천시청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최초 민원발생 이후 주민들이 요청했던 대로 밤낮을 구분해 수차례에 걸쳐 소음을 측정했다”며 “그러나 측정결과 순간 소음이 최소 50데시벨에서 최대 60데시벨 정도로 측정돼, 제재 기준(시간대 및 위치에 따라 변동)에 미치지 않아 행정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소음 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진단을 통해 공장건물 주변의 안전문제, 토지사용의 적정성 등을 점검해 시정토록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분진 측정에 대해서는 “현재 사천시가 보유하고 있는 측정장비가 없어 외부기관에 의뢰해야 하나 이에 대한 명확한 민원이 접수되지 않아 진행하지 않았다”며 적극성이 다소 부족했던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런데 이 민원의 근본적인 문제는 애초에 민원 발생 소지가 있는 업체가 마을과 인접한 지역에 입주하는 과정에서 주민동의를 얻는 등 사전절차가 없었다는 점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이 업체가 이전한 후 다른 업체가 들어오게 되면 양상만 달라질 뿐 또 다른 민원발생의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사천시청 공단조성과 관계자는 “신규 업체의 경우 가급적 사업단지 입주를 유도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각 업체의 여건이 달라 마을 인근의 부지에 공장을 세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과거에는 공장설립 허가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동의서를 필수적으로 첨부하도록 했으나, 2012년 이후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감사원의 지침으로 폐지됐다”고 말했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에 대한 규제완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나온 조치로 풀이되는데, “공장설립 허가심사 과정에서 주민동의서를 강요하지 말라”는 지침은 최근까지 반복적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이 관계자는 “관내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업체와 주민들 간의 갈등 아래에는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주거지와 인접한 구역에 공장을 설립할 경우 주민들의 의사를 사전에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며 “중앙의 관계부처에 이를 건의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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