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용궁수산시장 개장 1주년…전통시장 활성화의 과제와 전망

▲ 지난달 28일,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이 개장 첫 돌을 맞았다. 기념식 대신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다채로운 공연으로 축하무대가 꾸며졌다. 사진은 문선초등학교 리듬합주부 학생들의 축하공연 모습.
시설현대화사업을 거쳐 문화관광형시장으로 문을 연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이 지난달 28일로 개장 1주년을 맞았다. 이날은 민선 6기 지방정부의 출범을 사흘 앞둔 탓에 기념식을 생략한 채, 시장상인과 지역주민 그리고 관광객을 위한 공연으로 축하무대가 꾸며졌다.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은 서부경남의 수산물 생산.유통의 주요 거점이었던 옛 명성을 회복하고, 침체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지역 경제활성화의 단초가 되어줄 기대주로 지역사회 안팎의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해 3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된 후 사천시, 삼천포용궁수산시장 상인회, 경남지방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진흥원이 업무협약을 맺고, 그 해 6월부터 전통시장 활성화와 지역경제 회생을 목표로 각종 테마사업과 관광객 유치활동을 펼쳐왔다.

그렇다면 개장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은 신축건물이라는 '하드웨어'에 상인회와 육성사업단을 중심으로 펼치는 '소프트웨어'가 잘 융화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코레일 팔도장터 관광열차' 경유지로 선정돼 100~500명의 관광객들이 정기적으로 시장을 찾고 있다.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은 문화관광형시장 선정 직후 ‘육성사업단’을 구성해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상인교육을 비롯해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종 사업을 펼쳤다. ‘용궁’을 테마로 한 스토리텔링과 이를 토대로 한 프로그램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지난 3월에는 ‘코레일 팔도장터 관광열차’ 경유지로 선정돼 전국 각지의 관광객이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500명이 정기적으로 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업은 준비기간과 평가기간을 제외하고 석 달이 조금 넘는 기간 진행됐는데, 지난해 연말 중소기업청이 전국 71개 문화관광형시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활동기간과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최고 등급’을 받은 것이라는 게 상인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지난달 25일 경상남도의 주관으로 열린 ‘2014년 지역경제활성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우수 기관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로써 대외적으로는 순조로운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28일 삼천포용궁수산시장 안팎에서 만난 상인들과 관광객들의 목소리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활어를 판매하고 있는 박우임(61, 사천시 벌용동) 씨는 “시장 밖에 마련된 상설무대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자주 펼쳐지고, 코레일 팔도장터 관광열차 관광객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오고 있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매출도 함께 뛰고 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박 씨 외에도 건어물, 선어물 코너를 돌며 만나본 대부분의 상인들도 ‘시장에 손님이 늘었다’는 점을 매우 의미 있게 평가하고 있었다.

이날 코레일 관광열차를 타고 시장을 찾은 관광객 정진주(24, 경기도 분당) 씨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투리가 익숙하지 않지만, 수산물이 서울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매우 신선해 보인다”며 즉석에서 손질해 주는 횟감 3만 원어치를 구매한 후 일행과 함께 식당(초장집)으로 향했다.

연인과 함께 시장을 찾은 이민주(35, 서울 상봉동) 씨는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특성을 살려 용궁을 테마로 한 여러 장치들이 인상 깊다”며 “시장 내부는 물론 화장실 등 부대시설이 깔끔하게 운영되고 있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삼천포용궁수산시장 육성사업단(단장 임형태)은 지난달 초부터 2차년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임형태 단장은 “지난해의 경우 메인테마인 ‘용궁’을 주제로 각종 스토리텔링을 완성하고, 설치미술 등을 통해 이를 가시화 하는 사업에 집중했다”며 “올해는 이를 안정화시키고, 사업종료 이후에 상인들이 상인회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이를 운영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인된 성과를 면밀히 분석평가하는 일은 향후 다른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참고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의 순항에 대한 평가는 의외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시설현대화사업이라는 ‘하드웨어’와 상인회와 육성사업단이 중심이 되어 펼친 각종 ‘소프트웨어’가 화학적으로 융화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시장건물이 확고한 판매거점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지역 소비자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각종 사업이 꾸준하게 펼쳐지면서 나타난 성과라는 풀이다.

▲ 시장공동체 프로그램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인들의 인식전환은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문화관광형시장 지정 이후 시장을 찾는 손님이 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상인들이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은 '용궁체조'와 상인동아리 등 육성사업단이 펼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김종순(53, 사천시 동동) 씨. 김 씨는 "그런 활동에 참여한 후에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서 더욱 힘차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물신축 이후 시설보강보다는 문화기획, 행사, 테마사업, 상인들의 동아리활동, 서비스마인드교육 등 ‘소프트웨어 안정화’에 유난히 공을 들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게 육성사업단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상인회와 육성사업단을 사령탑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양날의 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육성사업단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올해 사업이 종료된 후 그동안 만들어낸 각종 문화와 사업들이 자생력을 가지고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 것이다.

이에 임 단장은 “진주의 모 시장의 경우 이와 유사한 테마시장을 구성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사업종료 후 불과 3년 만에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 갔다”며 “사업종료 이후 대책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공동체 전체를 위한 사업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인들의 모습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인 소양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형문(38, 전남 구례) 강사는 “첫 해 교육을 진행할 때에는 상인들이 매우 낯설어 한 탓에 교육이나 동아리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시장 안을 오갈 때에는 차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면서 “교육 중반을 넘어선 후에 점점 바뀌더니, 올해 교육은 작년에 비해 적극적인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후에 상인들이 외부의 도움 없이 실질적인 시장공동체의 운영주체로 서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지역 내 인근 시장과의 동반성장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인근에서 건어물을 취급하고 있는 김 아무개(48, 사천시 향촌동) 씨는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의 활성화가 근처의 다른 시장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투입된 예산이나, 인원 등 활성화를 위한 자원의 차이가 확연한 상황에서 동반성장을 기대한다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씨는 “전통시장과 동지역 경제활성화라는 큰 목표를 설정했다면 이를 전체적으로 녹여낼 수 있는 정책과 예산 안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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