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방마을이장 “주민들 몰래 권한 남용” vs 곤명면장 “내 재량권”

▲ 특혜 시비가 불거진 곤명면 성방마을의 한 야산. 개인 소유 임도에 시 예산이 투입돼 포장공사가 이뤄졌다.
마을단위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민원들. 이들 대부분은 예산을 투입해야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시군은 읍면동에 ‘소규모숙원사업비’ 명목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그 집행까지 맡기고 있다. 그런데 읍면동장이 이 ‘소규모숙원사업비’를 공공의 장소가 아닌 개인 소유 땅에 썼다면 이는 특혜일까 아닐까?

이와 관련한 논란이 사천시 곤명면에서 일고 있다. 면장이 개인 소유의 산길에 예산을 지원해 포장한 것을 두고 ‘특혜’라는 주장과 그에 대한 반박이다. 사천시는 즉각 감사에 들어갔다.

취재 결과 곤명면 이영호 면장은 지난 4월, 성방리 소재 A씨 소유 임야에 880만 원의 사업비로 도로포장 공사를 했다. 사업구간은 90미터에 폭은 3미터였다. 포장이 이뤄진 곳은 매실나무와 산초나무가 있는 과수원의 임도이자 막다른 길이었다. 해당 마을주민들은 공사가 진행되는 줄은 알았지만 시 예산이 들어가는 줄은 몰랐다.

성방마을 김영태 이장은 이 사실을 뒤늦게 접하고 사천시에 문제를 제기했다. 시 예산을 개인이 사용하는 도로의 포장에 사용한 것은 특혜며 면장의 권한 남용이라는 주장이었다. 또 포장물 철거와 법적조치를 요구했다.

이런 주장에 이 면장은 주어진 재량권 내에서 합당하게 처리했음을 주장했다. “경사가 급해 사고 위험이 커 보였고, 재해요소를 줄이는 뜻에서 사업비를 지원했다. 개인 땅이라 해서 시 예산을 아예 못 쓰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성방이장은 예산집행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며 이 면장의 해명을 인정하지 않았다. “마을숙원사업을 하면서 그 마을 이장이 모를 수는 없다. 왜냐면 마을일을 잘 아는 이장과 의논하는 게 관례니까. 우리는 ‘난시골’ 마을안길 포장과 방송시설 수리를 요구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딴 곳에 (예산을)써버렸다.”

▲ 시 예산으로 포장된 임도.
곤명면의 또 다른 마을이장은 성방이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다른 마을일까지야 다 몰라도 우리 마을일은 나랑 의논해서 정한다”며 사업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 면장이 마을이장과 의논하는 게 일반적인 일임을 강조했다.

예산 집행 절차가 석연치 않다는 성방이장 주장에 곤명면장은 “지난해부터 있던 민원”이라며 “이번 일은 두 사람(성방이장과 A씨)의 관계가 좋지 않아 불거진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면장은 여러 민원성 숙원사업 가운데 ‘A씨 민원이 가장 빨리 해결된 이유’에 관해선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가 밝힌 올해초 곤명면 내 주민숙원사업은 200여 개였다.

이런 가운데 김영태 성방이장은 “지난 6·4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했을 수 있다”며 선관위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반면 이영호 면장은 “공무원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 항변하고 있다.

현재 사천시는 제기된 민원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문제가 있을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남도선관위도 관련 조사에 들어갔다. 곤명면에서 불거진 행정 특혜 시비, 경우에 따라 사천시 행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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