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는 내 친구' 황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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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는 내 친구' 황로 이야기!
  • 하병주 기자
  • 승인 2009.04.27 16: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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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보다 몸집이 작고 머리와 목이 노란 이 새는 ‘황로’입니다. 물가에 살면서 곤충이나 어류를 잡아먹고 사는 놈인데, 요즘은 무논에서 자주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목을 길게 빼고 어딜 급히 달려가는 걸까요?

저런! 트랙터가 무섭지도 않나 봅니다. 아주 익숙한 듯, 논을 갈아엎고 있는 트랙터 꽁무니를 졸졸졸 따라가네요. 아마도 먹을 게 많은가 봅니다. 한 녀석은 아예 트랙터에 올라탔습니다.

실제로 숨어 있던 지렁이와 땅강아지 거미 등이 물에 떠오릅니다. 연거푸 부리로 쪼아 대네요. (사진에는 거미와 소금쟁이뿐입니다)


이놈들은 배불리 먹었는지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합니다. 아니면 낯선 이의 접근을 경계하고 있는 걸까요?

그러고 보면 농촌 풍경도 많이 변했습니다. 아파트가 우뚝 섰네요. 도심이 농촌을 향해 점점 다가가고 있습니다.

농사짓는 방법도 많이 달라졌지요. 소가 끄는 쟁기로 논을 깊숙이 갈아엎어 흙속에 숨구멍을 틔어 준 다음 며칠 만에 써레질을 했는데, 요즘은 트랙터가 한 방에 해치워버리지요.

트랙터의 이른 바 ‘로터리’가 한 번 지나가면 땅 속 생물은 살아남기 힘듭니다. 날카로운 쇳날 수 십 개가 빠른 속도로 갈아엎기에 개구리나 지렁이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말지요. 그뿐이 아닙니다. 용케 기계를 피했더라도 농약이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농약은 어디 피할 곳도 없지요.


어쨌거나 오늘의 주인공은 ‘황로’입니다. 소가 끄는 쟁기나 써레 뒤를 쫓던 새들도 신문물에 재빨리 적응했네요. 트랙터가 굉음을 내뿜지만 아랑 곳 않고 먹이를 찾습니다. 트랙터가 지나간 저 곳에 아직도 살아남은 먹잇감이 있나 봅니다.

이 구멍에는 어떤 놈이 살았을까요?


트랙터가 일을 끝내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갔습니다. 황로들도 더 이상 먹잇감이 떠오르지 않는지, 이곳 무논에 미련을 버리는 모양입니다. 한 마리가 앞장서니 다른 놈들도 일제히 날아올라 어디론가 떠납니다. 분명 또 다른 트랙터 꽁무니를 따라다닐 겁니다.

그나저나 이놈들이 떠나면서 보란 듯이 흔적을 남겼네요. 배불리 먹었음을 자랑이라도 하는 건지. 그런데 배설물을 자세히 보니 그렇지도 않나 봅니다. 덩어리가 거의 없는 것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네요.

지금까지 지난 주말 사천시 사천읍 사주리의 어느 들녘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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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로 2009-04-28 22:30:41
황로들이 겁이 없거나 신문물에 적응한 것이 아니라, 배고파서 다급한 마음에 트랙터를 쫓아 다닌 것은 아닌지... 우아하게만 살 것 같은 새들이 먹이를 찾아서 바삐 다니는 모습을 보니 마치 우리 삶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마음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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