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 von Marées의 Doppelblidnis Marées und Lenbach(마레와 렌바흐의 이중적 초상화) 1863

▲ Hans von Marées의 Doppelblidnis Marées und Lenbach(마레와 렌바흐의 이중적 초상화) 1863
두 개의 얼굴이 겹쳐져있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어렵지만 뒤편 얼굴이 더 밝게 빛나고 있고 앞 쪽 얼굴은 어둡게 처리되어 있다. 뒤편의 얼굴은 얼굴의 삼분의 일이 가려져 있지만 보이는 얼굴만으로도 충분히 전체적인 그의 표정을 짐작할 수 있다. 희미하게 웃는 것 같은, 그러나 약간은 묘한 여운을 남기는 얼굴의 주인공은 이 그림을 그린 Hans von Marées이다.

Hans von Marées는 1837년 지금의 독일 서북부 Wuppertal의 일부로서 1929년까지 독립적인 도시로 있었던 Elberfeld 출신이다. 부유한 은행가 집에서 태어난 그는 10세 때Koblenz로 이주하여 거기서 김나지움(초등학교)을 졸업하고 1855년까지 베를린 아카데미에서 미술 교육을 받는다. 베를린에서 마레는 당시 유명한 판화가였던 Carl Steffeck에게 사사하고 1855년 아카데미 졸업과 함께 군에 입대한다. 군을 제대하고 뮌헨으로 간 마레는 이 그림의 또 다른 주인공인 Franz von Lenbach를 만나게 된다.

사실주의 화가였던 Franz von Lenbach와 초상화를 주로 그렸던 마레는 Schack 백작의 주선으로 이탈리아로 보내진다. 이 시기에 그는, 그의 삶 전체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여러 예술적인 인사와 교류하였다. 두 개의 얼굴이 중첩된 이 그림은 이태리로 떠나기 한 해 전에 그린 것으로서 20대 중반을 넘어선 빛나는 두 청년의 모습, 특히 뒤쪽에서 스스로 빛을 받아 묘한 웃음을 띄는 마레의 표정은 어쩌면 다가올 미래의 삶에 대한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마레는 1869년 프랑스를 잠시 방문하여 당시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인상주의 화풍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뒤 베를린과 드레스덴에서 활동을 하다가 1873년 다시 이태리로 돌아가 여러 가지 예술적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피렌체에 간 마레는 German Romans(로마의 독일인)이라고 불리던 이상주의자 그룹의 리더인 Anselm Feuerbach와 Arnold Böcklin을 만나게 되는데 이 시기부터 그는 초상화에서 신화적 모티브를 중심으로 하는 그림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게 된다.

그림의 앞쪽 주인공 렌바흐는 사실주의 화가로서 이 그림에서 함께 한 이후 마레와는 완전히 다른 길로 나아가게 된다. 렌바흐는 스페인으로 영역을 넓혀 그곳에서 인정받는 화가가 되었다.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자신의 내부적 모습을 구체화하는 방식의 하나로서 이를테면 작가들의 자서전과 동일하게 이해 될 수 있다. 화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적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여 스스로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은 르네상스 이래로 줄곧 있어온 일이다. 초상화가로서 기념비적 작품은 1500년에 그려진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이다. 그 뒤 렘브란트로 이어진 초상화의 맥은 서양예술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를 잡는다.

초상화에 자신의 얼굴과 다른 사람의 얼굴을 동시에 그리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다. 이 그림에서 마레는 자신의 이미지와 타인의 이미지를 겹쳐지게 배치하였는데 이는 자신의 이미지와 친구의 이미지의 교점이 존재하는 상황, 즉 어떤 부분에서 이 사람과 나의 생각은 완전히 동일할 수 있다는 생각의 표현으로 짐작된다. 이것을 또 다르게 표현하자면 이중적 이미지를 통한 또 다른 자아의 발견으로도 이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