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경상대 미생물학과 교수
호주 남부의 한 농장에 12쌍의 유럽산 토끼가 들어온 것은 1859년의 일이었다. 한 영국인이 사냥을 즐기기 위해 들여온 이 토끼들은 왕성하게 번식하기 시작했고. 그 후 40 여년이 지난 1900년에는 수억 마리의 토끼들이 호주 대륙 전체에 걸쳐 분포하기에 이르렀다.

토끼들은 왕성한 식욕으로 농작물은 물론 목장의 풀을 뿌리까지 먹어 치워 버렸다. 급기야는 양과 소에게 먹일 풀이 모자라기 시작했고, 농장은 황폐화하기에 이르렀다. 골칫거리인 토끼의 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천적인 붉은 여우를 유럽에서 들여왔다. 붉은 여우들은 호주 환경에 적응한 후, 토끼들을 잡아먹었고 토끼가 분포하는 지역을 따라 번식하게 되었다.

토끼의 번식은 붉은 여우로 인해 잠시 주는 듯 했지만 더 큰 문제가 발생하였다. 여우들은 토끼들만 골라 잡아먹는 것은 아니었다. 토끼 뿐 아니라 새와 같은 작은 짐승들을 잡아먹어 토종의 작은 동물들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토끼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붉은 여우에 의한 토종 생물의 멸종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결국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불행을 낳게 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이 문제는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남 해남군에 메뚜기 떼가 나타났다. 농경지 일대에 수십억 마리의 메뚜기 떼가 출몰하여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뉴스를 통해본 메뚜기 떼는 길바닥을 완전히 점령하고 있는 모습이었고, 붉은 색을 띠고 있어 사뭇 징그럽기까지 하다. 한 눈에 보기에도 우리나라 고유종은 아닌듯하다.

벼메뚜기의 한 종인 두꺼비메뚜기로 추정된다고 하니 아마도 외래종이 수입 농산물에 섞여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메뚜기 떼를 보면서 호주의 토끼가 연상된다. 어디 메뚜기뿐이랴. 황소개구리 소동도 겪었고, 베스 때문에 토종의 민물고기가 사라지고 있음도 우리는 경험하였다. 소나무재선충은 아직도 골칫거리 아닌가. 무분별한 외래종의 침입이 가져다주는 환경 파괴와 경제적 손실을 여러 차례 겪었다.

한마디 첨언하자면,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 무심코 가지고 온 동식물이나 관련 제품에 묻어 들어오는 외래 생물은 얼마나 우리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할 지 알 수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외래종의 침략에 대비하는 작은 행동의 실천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코너 소개: 흔히 생물학을‘세상을 들여다보는 창’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은 그만큼 온갖 생명으로 가득 차 있음이요, 그 생명들은 상호 교감하며 끈끈히 이어져 있습니다. 인간도 그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지요. 그 촘촘한 관계를 조금이나마 느슨하게 만들기 위해‘숨 고르기’한 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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