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지분매각’ 반대 뜻 처음 밝혀.. 노조 “임단협 회사 위임”

기업설명회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KAI 김홍경 사장. 이 자리에서 현재의 KAI 지분구조가 적당하다는 주장이 나왔다.(사진제공: 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최근 일고 있는 KAI 지분매각설과 관련해 “지금이 최적의 지분구조”라는 입장을 밝혀,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은행 소유 지분 매각’을 에둘러 반대했다.

KAI가 이와 같은 뜻을 밝힌 것은 30일 오전11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장에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즉흥적인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아시아경제 등 중앙의 각종 언론매체에서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KAI 김홍경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항공산업은 어느 나라든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할 수 없다. 이스라엘, 인도는 100% 정부 지분이고, 브라질 영국도 정부 지분이 들어가 있어,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적 모델로 갈 수 있는 적절한 지분 구조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보잉이나 록히드 마틴이 정부 지분이 없다고 하지만 록히드 공장 정문에는 미 공군 마크가 걸려 있으며 공장 부지는 정부로부터 영구임차해 쓰고 있다. 지분이 아니더라도 항공산업은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분구조는 주주들께서 할 사항이지만 우리나라 항공산업이 잘 되길 바란다면 잘 할 수 있는 요건 갖춘 기업이 지배주주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요건은 학계나 업계에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 부분은 KAI 지분을 대한항공에서 인수할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KAI 하성용 경영지원본부장도 지분 구조에 관해 한 마디 거들었다. “현재 사실상 정부 지분인 산업은행의 30.5% 지분구조는 항공산업이 30년간 운영되는 점을 놓고 볼 때 방만 경영이 아니라 최적의 지분구조이다.”

KAI노조는 29일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해 올해 임단협 권한을 회사에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비상투쟁위원회 출범식 장면.
한편 KAI 김홍경 사장은 회사 실적과 관련해 2008년에 T-50 블랙이글과 FA-50 경공격기 개발 계약을 체결한 점을 강조했다. 또 인도네시아에 KT-1 수출 성공과 함께 민수사업의 손익 구조 개선으로 794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음을 알리면서 “임직원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사업/손익구조의 개선으로 향후 1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장에는 노조대표도 참석했다. 박한배 KAI노조위원장은 “2009년 임단협을 회사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반자적 노사관계 정착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지분매각설로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KAI노조는 설명회 하루 전인 지난 29일 ‘임단협 위임을 묻는 총투표’를 실시해 76.9%의 찬성으로 회사 위임을 결정했다.

KAI는 1999년 10월에 설립했으며, 산업은행이 30.53%, 현대차, 삼성테크윈,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20.54%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분매각 방침을 정했고, 대한항공에서 인수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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