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가 끝난 지 4개월을 맞고 있다. 송도근 사천시장이 시정책임을 맡은 지도 3개월. 그새 사천시의회는 정례회를 열고 추경예산안 처리에 이어 행정사무감사까지 마쳤다.

사천시정의 시간은 무척 빨리 흐른다. 10월 17일부터 사흘간 진행될 경남생활체육대축전과 31일부터 사흘간 이어질 농업한마당축제가 굵직한 행사라면, 10~11월에는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해야 한다. 12월엔 사천시의회가 이 예산안을 심의해 내년 예산을 확정하게 될 것이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함에 있어 다른 지자체와 국도비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10월 한 달은 대단히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렇듯 주어진 과제가 적지 않은데 사천시, 과연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걸까? 새 시장이 부임하고 최소 6개월은 새로운 틀을 짜는 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관례다. 집행업무도 대체로 전임 시장 적 일이 많아 따지기 애매하기에 언론이나 시민사회 역시 어느 정도 기다려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시 집행부와 시의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걱정을 감출 수 없다. 의회가 개원하기 바쁘게 의회 일각에선 송 시장의 첫 인사개편을 문제 삼았고, 추경예산안도 일부 삭감 시켜 통과시켰다. 다분히 송 시장을 겨냥한 ‘감정적 조처’라는 지적을 받을만했다.

그러자 송 시장도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의회의 추경예산안 삭감 조처에 맞서 아예 예산안을 철회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고,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의 덕장 문제와 관련한 의회 시정질문에는 답변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러한 감정적 대립의 배경으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송 시장이 무소속 신분으로 버티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차기 국회의원선거를 둘러싼 치열한 물밑작업과 그 파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송 시장의 정치적 선택은 차기 국회의원선거 구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고, 따라서 송 시장의 새누리당 입당 여부에 지역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몇 가지 배경보다 더 근본적인 것으로 송도근 현 시장과 정만규 전 시장의 ‘앙금’을 꼽는다면 무리일까?

지난 선거를 잠시 돌아보자. 선거 초반, 여러 후보가 난립한 상태에서 사실상 정 전 시장이 가장 여유가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산악회의 금품살포설을 시작으로 선거 핵심 관계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기에 이르면서 정 전 시장은 심리적으로 쫓기게 됐다. 막판 공보물 사진합성 논란은 결정타가 됐다. 이 과정에 송 시장 측은 상대 약점을 이슈화 시키며 여론을 반전시켰다. 은근히 약도 올린 셈이다. 선거 막판, 정 전 시장 측이 사실관계가 분명치 않은 송 시장의 사적인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양측 감정은 극에 치달았다.

선거는 송 시장의 승리로 끝났다. 정 전 시장은 그의 아들을 포함한 측근 여러 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되는 불명예스런 상황을 맞았다. 법원은 이들에게 ‘유죄’ 판결을 잇달아 내리면서 잘못이 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정 전 시장마저 기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고, 그 외 관계자들도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송 시장 측근들에 대해서도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함으로써 이미지에 흠집이 나긴 마찬가지다.

누가 얼마만큼의 죄가 있는가. 이는 앞으로 남은 법적 절차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쯤에서 송 시장과 정 전 시장의 마음 속 앙금이 꼭 풀려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에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일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난 마당에 이젠 훌훌 털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지역과 지역이 화합하고 ‘네 편 내 편’이 화해하며, 사천시 전체가 상생할 수 있다. 만약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면, 이는 새로운 선거를 겨냥한 지극히 정치적인 억지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론 다수 시민들로부터도 절대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하는가. 이를 두고 정답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그저 사천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마음을 크게 먹어달라고 전‧현직 두 시장께 당부할 수밖에. 손을 먼저 내미는 미덕을 보이려 경쟁하듯 한다면 금상첨화다. 제대로인 시장, 따르고픈 어른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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