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에 있어 10월은 내년도 예산안의 밑그림이 나오는 시기다. 부족한 예산에 국비나 도비 지원이 아쉬운 때이니 지자체 공무원들도 속 꽤나 썩을 일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시기에 사천시가 받아놓은 국도비를 써야할지 말아야할지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니 어쩐 일일까.

자초지정은 이렇다. 사천시가 삼천포대교 수상무대와 연계해 야간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명목으로 25억 원을 들여 음악분수대를 만들기로 기획했다. 이를 위해 2013년엔 예산 확보도 해뒀는데, 국비 12억 원과 도비 3억6000만 원을 따냈다.

여기까진 좋았으나 장소가 문제였다. 처음엔 대교공원 수상무대 앞을 염두에 뒀으나 전체 공간 활용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후보지를 포기했다. 이후 다른 사업으로 용도 변경을 여러 번 꾀했는데, 그때마다 상부기관에서 사천시 의지를 꺾었다. 관련 예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이렇게 허비한 시간이 2년. 그 과정에 지난해 집행하지 못한 예산은 올해 예산으로 명시이월 됐다. 문제는 또 다시 내년예산으로 이월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시는 결국 올해 끝자락에 이르러서야 음악분수대 들어설 자리를 정했다. 대방동 대교공원 옆 거북선모형이 서 있는 곳이다. 이를 두고 의회 일각에선 ‘이렇게 쫓기듯 예산을 꼭 사용해야하느냐’는 자괴 섞인 비판이 나온다.

‘작은영화관’ 예산도 이와 비슷한 운명이다. 10억 원 대의 예산으로 소규모 영화관 하나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마침 사천시외버스터미널이 이전 중이니 그곳에 넣으면 안성맞춤이라 여겼지만 또 계획은 틀어졌다. 사천읍보다 동지역에 들어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나 싶더니 우여곡절 끝에 사천읍에 있는 옛 사천시선거관리위원회 건물로 최근 낙점됐다. 평생학습센터 활성화 차원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있지만, 반면 너무 외지고 진주 쪽에 치우쳐 영환관 신설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따른다. 건축 비용이 만만찮으리란 지적도 나온다.

물론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게다가 20억 원 안팎의 공공예산이 들어가고, 그에 따라 저마다 이해타산이 다를 수 있으니 오죽 하랴. 그러나 두 가지 일을 지켜보며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다. ‘좀 더 꼼꼼하고 앞서 내다보는 사천시행정, 안 되는 건가?’ 적어도 일을 진행하다 법이나 규정에 막혀 ‘안 된다’ 소리는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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