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초등학교 밴드부‘노산 밴드’를 만나다
“문화·예술교육 외부강사 없이도 가능해요”

요즘 교육정책이 문화·예술교육에 힘을 쏟으며 ‘공교육 회복’을 꿈꾸고 있지만 각종 방과후 활동에 외부인 강사를 초빙해야 하는 실정이라 학교 일선의 상황들은 어렵다. 예산은 물론 때로는 ‘인력난’에도 부딪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활동들을 ‘너무나 분주한’ 학교 교사에게 맡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천의 노산초등학교 밴드부는 외부강사 초빙 없이 여섯 명의 학생들이 1년 넘게 기악과 노래를 배우고 있다. 지난 9월 27일에는 경상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이 주최한 경남 초등학교 그룹사운드 소질·적성 계발대회에 출전해 동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이 빛나는 이유는 단순히 수상 성과나 사천 유일의 초등학교 밴드이기 때문이 아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교사의 열정과 학교의 배려, 아이들의 즐거움 ‘삼합’이 함께 ‘학교 다닐 맛’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 ‘락앤롤’을 외치고 싶은 ‘노산 밴드’ 아이들과 한수호 지도 교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지난달 31일 오후 노산초등학교(교장 백옥란) 음악실을 찾았다. 아직 하교를 하지 않은 아이들 소리 틈으로 산울림의 ‘너의 의미’가 들려왔다. 여리고 부드럽지만 즐거움이 묻어나는 목소리. 곧 뒤따르는 드럼과 베이스 기타 소리와 제법 잘 어우러진다.

보컬 강휘진, 베이스 배기완, 드럼 이유진, 기타 김채현, 기타 한유랑, 신디사이저 정유란 학생, 총 6명으로 구성된 ‘노산 밴드’는 지난해 백옥란 교장과 한수호 교사가 뜻을 같이해 결성했다. 한 교사는 9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군대 전역 후 교대에 입학하기 전에는 부산예술대학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하기도 했던 ‘뮤지션’이다.

그냥 놔두기엔 아까운 재능임에는 틀림없었을 터. 백 교장이 처음 부임해 와서 회식을 가진 자리에 한수호 교사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것을 보고 ‘저 재능을 활용해 학생 밴드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모인 마음과 학교 예산과 교육청의 도움으로 악기를 하나씩 마련해 6월 본격적으로 밴드부가 ‘가동’됐다.

“수업이 끝나는 3시 30분부터 연습이 가능한데 제가 바쁠 때는 아침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연습하기도 해요. 연습은 매일합니다. 주말에 따로 모이기도 하고요. 방학 때는 거의 매일 나왔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악보를 보고 스스로 연주를 할 수 있지만 초창기 6개월 동안에는 각 파트마다 개인지도를 했었어요. 기타 잡는 법부터 코드, 음악 기초까지 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매일 퇴근하는 시각은 6, 7시였고 방학도 반납하다보니 개인시간 없이 학교에 ‘올인’을 한 셈이다. 2012년 9월 노산초로 첫 발령을 받아 패기 넘치고 열정 있는 ‘새내기 교사’지만 밴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다보니 지치기도 했다. 해가 바뀌면 ‘그만 둬야 하나’라는 마음이 불쑥 들기도 했다고.

“그래도 아이들이 어느 순간 제가 가르쳐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소리를 들으니까 다시 힘이 나더라고요. 그 옛날 멋진 올드 팝들을 그 어떤 아이들이 이렇게 가까이, 자주 들을 수 있겠나 싶어 보람도 생겼고요.”

▲ (왼쪽부터)신디사이저 정유란, 보컬 강휘진, 기타 김채현, 드럼 이유진, 베이스 배기완, 기타 한유랑 학생.

아이들은 즐겁다. “밴드에서 악기를 연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아요”라고 말하는 배기완(베이스), “방학 때도 친구들하고 모여 연습하니까 즐거워요”라며 웃는 김채현(기타) 학생들처럼 이들에게 밴드부는 ‘놀이터’다.

아이들의 순수함에 오히려 더 많이 배운다는 한 교사가 힘주어 말한다.

“이런 문화예술 교육을 일선 교사가 하기에 시간이 너무나 모자랍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한테 잘 배우면 사교육 레슨을 못 받는 환경의 아이들도 기죽지 않고 재능을 기를 수 있다는 오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학교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중간 쉬는 시간을 40분으로 늘여 교사 한 명 당 한 개 동아리를 맡아 운영을 하는 거죠. 그 계획을 제안해 보려고 합니다.”

그가 꿈꾸고 있는 또 한 가지는 아이들에게 작곡을 가르쳐 ‘노산 밴드’ 만의 곡을 만들어 CD로 만드는 것.
그는 또 하나의 바람도 전했다.

“아이들이 이 시간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백옥란 교장의 마음도 하나다.
 
“아이들을 음악적 전문인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심성이 포근해지고 밝고 자신감 넘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어느 모임에 가서도 기타 하나 메고 가서 노래 한 곡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어른이 되는 통로가 되길 바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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