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와 청주시가 에어로폴리스 사업을 위한 내년도 예산 편성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멀리 떨어진 사천에서 이 논란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간단하다. 에어로폴리스에서 진행될 중요 사업 중 하나가 항공MRO, 즉 항공정비사업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천시가 이 MRO에 지금껏 큰 관심을 둔 건 아니었다. KAI에서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고, 사천시도 무관심했다. MRO사업 얘기가 나온 건 오래 됐지만 사천이 관심 가질 만한 산업으로는 생각 못했던 모양이다.

돌이켜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몇 가지가 손에 잡힌다. 먼저 2009년엔 정부 차원의 항공정책기본계획이 나오면서 청주국제공항을 항공정비단지로 지정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듬해엔 KAI가 충북도와 ‘항공정비사업 양해각서’를 맺으며 상호 협력을 약속한 바 있었다. 여기에 KAI도 사천시를 향해 MRO사업에 대한 자신들의 계획과 비전을 적극 공유하지 않았으므로, 사천시로선 힘겨움이 있었을 테다. 투자여력이 부족한 KAI로서도 MRO사업에 적극 뛰어들기보다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 지원이 있을 때까지 지켜본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파트너는 사실상 청주시였다.

그런데 문득 청주발 MRO 소식이 겨울잠을 깨우는 형국이다. ‘우리는 왜 준비를 못했나’ 책망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그리 서둘 필요가 없다. MRO사업을 청주로 빼앗긴다며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다. 이 문제에 대한 섣부른 접근은 지역사회를 다시 한 번 크게 분열시키고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KAI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지자체가 어디든 지원 조건을 유리하게 제시하는 쪽에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본사가 사천에 있다고 해서 ‘정’으로 통할 일이 아니란 얘기다. 다만 본사가 사천에 있기에, 그리고 제조시설 따위가 사천에 정착해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청주가 저렇게 하니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이 아니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때론 과감한 투자 방안도 세워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 부처와 경남도의 협조도 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 KAI를 비롯한 항공업계와 충분히 소통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