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항공MRO가 사천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사천뿐 아니라 경남과 충북의 지역언론에서 연일 주요하게 다루는 소재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KAI노조와 시민단체의 합동기자회견이 한몫 했음이다. 뉴스사천도 단순히 기자회견 소식만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기관이나 회사의 입장 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살피려했다. 이것이 지난주 일이었다.

이번주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KAI 하성용 사장이 경남과 충북 관계자를 직접 만나 MRO사업에 관해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이다. 먼저 만난 쪽은 홍준표 경남지사. 만남이 끝나자마자 경남도의 깜짝 발표가 있었다. 하 사장이 MRO사업을 본사가 있는 사천에서 그대로 확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보도자료가 나오자마자 KAI측의 반발을 샀다. 하 사장의 말이 왜곡됐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MRO사업을 함에 있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는 게 주요 맥락임을 밝혔고, 경남도 보도자료도 그에 따라 수정됐다.

그 다음날엔 하 사장이 충북 쪽 인사들과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자세한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다만 KAI에선 사천에서 한 것과 비슷하게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음을 밝혔다. 충북 쪽 인사들도 비교적 말을 아꼈다. 경남모임 이후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험이 서로 입을 무겁게 가져가는 계기가 됐으리라.

분명한 건 KAI로선 지금 MRO사업을 어디서 하겠다는 확약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MRO 산업 발전 지원방안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천이든 청주든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장소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 더 큰 이익을 보장한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적절한 때에 사천에서 MRO 유치논쟁에 불을 지핌으로써 KAI는 입주확약서나 합의각서(MOA)를 써 달라는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도 에어로폴리스 관련 예산을 통과시키는 소득을 얻었다. 이젠 사천시가 뭔가 응답해 주기를 기대할지 모를 일이다.

한편으론 MRO가 노동집약형 첨단산업이긴 해도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여서 지금의 KAI가 아닌 새로운 법인을 구성해 더 저렴한 인력을 가동해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사천을 떠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다. 반면 하성용 사장이 김홍경 전 사장이 걷던 길을 그대로 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럴 경우엔 ‘청주보다 사천을 더 마음에 두지 않을까’란 조심스런 추측이 나온다.

이렇듯 KAI의 MRO는 아직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잡지 못했다. 설령 방향을 잡았다 해도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일이다. 명확한 사실은 청주가 사천보다 몇 걸음 앞서 있다는 것이고, 충북이 경남보다 더 뭉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때 사천과 경남은 뭘 어찌해야 하는가. 첫째 학습, 둘째 공감이 필요하다. MRO가 무엇이며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지 거품을 빼고 바라볼 줄 알아야겠다. 다음은 그러한 인식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 유치에 나서든 포기를 하든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겠다. 이를 위해 사천시나 경남도가 마땅히 먼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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