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사천시장배 및 전국 생활체육 복싱대회’이모저모

▲ 남자중등부 -50kg체급 경기에서 창원 한충복싱체육관의 박인성(왼쪽) 선수와 진해 NJ복싱체육관의 황정훈 선수가 열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4일 ‘제6회 사천시장배 및 전국 생활체육 복싱대회’가 사천실내체육관에서 펼쳐졌다. 이날 대회는 승부를 가리기보다 사천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복싱인들이 모여 생활체육으로써 ‘복싱 중흥’을 꿈꾸며 서로를 다독이는 자리였다.

대회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됐고 유소년부 34명 선수를 포함한 사천, 진주, 부산, 창원, 거제, 진해 등 전국의 20개 복싱체육관 회원들이 각 체급별로 경기를 벌였다.

프로 시합이 열리는 경기장처럼 뜨거운 응원전이나 함성은 없었지만 사천복싱협회가 ‘객’을 맞으며 준비한 식사와 여러 이벤트로 시종 따뜻한 분위기였다. 특히 복싱인들에게 지금까지도 ‘영웅’으로 기억되는 유명구 동양챔피언과 유희정 세계챔피언 부부가 대회장을 방문해 시범 경기를 보여 관중들을 들뜨게 했다.

또한 현재 7년 동안 WBA세계챔피언 벨트를 보유하고 있는 탈북 복서 최현미 선수의 팬 사인회가 유·청소년부 선수들과 생활 복싱인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3시간 여 동안 이어졌다. 창원 형제체육관 소속의 박창훈 씨는 최현미 선수에게 사인을 요청하며 “취미로 복싱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훌륭한 선수를 사천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영광스럽습니다. 사천까지 달려온 기름 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습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양한 시범 경기도 눈길을 끌었다. ‘실버 게임’ 시범 경기에는 사남 파출소 오태근 소장이 환갑의 나이를 무색케 하는 플레이를 펼쳐 큰 박수를 받았고, 복싱을 교기로 지정해 선수들을 길러내고 있는 사천중학교(교장 시경숙) 복싱 선수들도 시범 경기를 선보였다.

이재학(사천중·1) 선수는 “복싱을 하면 체력이 좋아지고 순발력이 길러지는 것 같아요”라며 “오늘 만난 최현미 누나처럼 멋진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는 바람도 전했다.

올해 사천시복싱협회 회장으로 취임해 이번 대회를 준비했던 임진우 회장은 “많은 복싱인들이 참여해줘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며 “사천복싱협회가 더 활성화 되고 복싱 동호인들이 많이 생겨나서 점점 멀어져가던 복싱이 일반 시민들에게 조금씩 가까워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 회장은 또 “복싱이 거친 운동이 아니라 생활체육으로 즐기면서 정서적 안정과 건강을 기를 수 있는 운동임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고, 오늘 ‘실버 게임’에 출전했던 사남파출소 오태근 소장님처럼 어르신들도 심신단련을 통해 체력이 ‘아직 살아있다’는 건재함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40년 동안 진주에서 복싱체육관을 운영하며 선수들을 길러내고 있는 박성중 관장도 대회장을 찾았다. 박 관장은 사천시복싱협회 사천·삼천포체육관 허태석 관장이 고등학생이던 시절 복싱을 가르치기도 했다.

박 관장은 “예전에는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꿈을 가진 복싱 꿈나무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건강을 위해 체육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복싱이 한창 인기 종목이던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생활체육으로 전환이 됐지만 이제는 오늘과 같은 대회를 통해 소질 있는 선수들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회 종합우승은 진해 NJ복싱체육관이 차지했고 2위는 장유 유명구범진복싱체육관, 3위 는 창원 형제복싱체육관이 차지했다. 우수 지도자상에는 사천복싱체육관 박상원 코치가 선정됐고, 최우수 선수상은 사천여고 박민정 학생이 받았다.


<인터뷰1>

▲ 사천시복싱협회체육관 허태석 관장.
“30년 전, 사천 첫 복싱체육관 열어”
사천시복싱협회체육관 허태석 관장

허태석 관장은 30년 전 복싱 불모지였던 사천에 처음으로 복싱체육관을 열었다. 사천농고 시절 진주에 있는 체육관을 다니며 복싱 선수 꿈을 키웠고 이후 상경해서 9년 동안 프로선수 생활을 했다.

“그 시절에는 복싱체육관에 줄서서 등록할 만큼 인기가 좋았습니다. 물론 운동 해 보겠다고 서울에 가서 어려웠던 거 생각하면 말로 못하지요. 태국에 시합하러 갔다가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해 선수 생활을 접고 사천에 내려왔어요.”

허 관장은 귀향 후 삼천포에 복싱체육관 문을 열었고 이후 사천읍에도 사천복싱체육관을 만들었다. 한성훈 선수 등 국가대표선수 8명을 배출 해내며 후배 선수들을 길렀고 개중에는 청와대에 7급 경호원으로 들어간 제자도 있다.

허 관장 역시 복싱이 스포츠 비인기 종목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게 아쉽지만, ‘다이어트 복싱 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생활체육종목으로 많은 시민들이 쉽게 즐기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사천시프로모터대표로써 중대한 역할도 해내고 있다.

“87년도에 세계타이틀매치 경기를 사천에서 치렀어요. 경남에서는 최초였어요. 7년 전에는 복싱 국가대표 동계훈련을 유치해서 1500여명이 사천을 다녀가기도 했고요. 내년 대회에는 세계챔피언, 동양챔피언 경기, 가수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서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 보려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국가대표 선수 초청해서 경기도 하고요.”

30년 전, 뜨거웠던 어느 청년 복서의 마음이 아직 식지 않은 듯하다.


<인터뷰2>

▲ 박상원 코치와 박민정(사천여고·3) 학생
“복싱 다이어트로 19kg 감량 성공!”
박민정(사천여고·3) 학생· 박상원 코치

이날 사천시복싱협회사천체육관 박상원 코치와 박민정(사천여고·3) 학생은 각각 우수지도자상과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수상 소식’보다 민정 학생이 5개월 만에 복싱으로 19kg을 감량한 사실은 더 많은 이목을 끌었다.

“하루도 안 빠지고 체육관에 나오면 되요. 살을 빼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프로선수를 ‘마음으로만’ 꿈꾸고 있어요. 졸업 전에 이미 취업을 해서 일하고 있는데, 앞으로 일하면서 계속 선수로 뛰어보고 싶어요.”

민정 학생의 감량 사실은 ‘복싱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살 뺀 것 보고 복싱 배우겠다는 친구들이 늘었어요. 사실,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살이 빠진 것 같아요. 하루에 두 시간 씩 줄넘기 하고 뛰고 스파링 했는데, 좀 힘들어도 스트레스 풀리고 좋아요!”

박상원 코치는 복싱을 생활 운동으로 즐겁게 하면 많은 여성들의 염원인 ‘감량’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귀띔 했다.

“체육관에 꾸준히 와서 운동을 하면 10kg는 무난히 감량 할 수 있어요. 요즘 다이어트 복싱 붐이 일어서 여성 회원들이 많이 늘었어요. 50, 60대 남녀 회원들, 주부 회원들도 많이 오시고요. 중요한 것은 감량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스스로 즐기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죠. 복싱체육관에서는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면서 재미있게 지내요. 직장 때문에 사천이 제2의 고향이 된 분들은 체육관에서 우애 좋은 지인들을 늘여가기도 합니다.”


<인터뷰3>

▲ 사남 파출소 오태근 소장.
‘내 나이가 어때서~ 도전 하세요!’

사남 파출소 오태근 소장의 올해 나이는 60. 오 소장은 1년 동안 복싱을 꾸준히 해 오면서 단련한 체력으로 이날 대회 시범경기를 선보였다.

“비번 일 때 빼고는 체육관에서 1시간 반 정도 운동을 해요. 혼자서 개인적으로 몸을 단련할 수 있으니까 나이 들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항상 주변에 다이어트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니, 도전하라고 말합니다.”

 

<인터뷰4>

▲ 사천중학교 복싱부 (왼쪽부터) 김준상 선수, 김평국 코치, 이재학, 김강산, 백종빈, 조성우 선수.
“우리 선수들 공부도 잘 해요”

사천중학교는 사천 유일의 복싱 교기지정 학교다. 2000년도에 창단 됐고 김평국 코치는 2007년부터 사천중학교 복싱부를 맡아 12명의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복싱이 비인기 종목이고 투기 운동이다 보니 선수들에게 재능이 있어도 부모들이 반대하면 어쩔 수가 없어요. 지금 선수들은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고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서 잘 하고 있어요. 내년 소년체전에서는 메달 소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캡션> 사천중학교 복싱부 (왼쪽부터) 김준상 선수, 김평국 코치, 이재학, 김강산, 백종빈, 조성우 선수.


<인터뷰5>

▲ (왼쪽) 창원 한충복싱체육관 박인성 선수와 한충 관장.
‘복싱, 몸도 성격도 건강해져요’

창원 한충복싱체육관의 한충 관장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사천대회를 찾았다.

“올해는 진행이 더 매끄럽고 발전 된 것 같네요. K-1경기가 국내 진출하면서 복싱이 침체기였는데 이런 생활체육 대회로 살아나는 추세죠. 아이들이 복싱을 하면 성격도 쾌활해지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요.”

박인성(창원중·2) 선수는 “복싱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활기차게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인터뷰6>

▲ (왼쪽) 최현미 선수와“최현미 선수의 열렬한 팬”임을 밝힌 창원 형제체육관 소속의 박창훈 씨.
“사천 시민들, 복싱 많이 사랑해 주세요!”

WBA여자복싱슈퍼페더급 세계챔피언 최현미 선수는 이날 복싱 꿈나무들을 설레게 했다.

“사천은 공기가 기가 막히네요. 이런 생활 복싱대회가 많이 열려서 사천 시민을 비롯한 국민들이 복싱을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해요. 저도 중학교 때 처음 링 위에 올랐던 대회가 생활체육대회예요. 챔피언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꿈을 갖고 끝까지 도전하길 바랍니다. 복싱은 무조건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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