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의회가 집행부에서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면서 내년도 당초예산 4990억 원이 확정됐다. 시와 시의회가 번갈아 수정예산안을 냈던 점, 마지막 본회의장에서 예결특위 제출안이 뒤집어지고 장시간 대치국면이 조성된 점만 보더라도 예사롭지 않은 과정을 거쳤음이다.

의회와 집행부, 의회 의원들 사이에 이런 갈등과 대치를 겪은 것은 다름 아닌 ‘무상급식’ 때문이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일으킨 무상급식 감사 논란으로 수백 억 예산이 예비비로 잡혔다가, 다시 서민자녀지원예산으로 탈바꿈 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예비비로 잡았던 무상급식비를 예산심사가 한창일 때 이를 바꾸느라 사천시 공무원들도 애를 먹었고, 이를 심사한 의원들도 우왕좌왕 힘들어 했다.

급기야 새누리당 의원들은 계수조정으로 사실상 예산심사를 끝내는 단계인 예결특위까지 거쳐 놓고, 마지막 본회의에서 자신들의 결정은 물론 여야 합의까지 뒤집는 어리석음을 무릅썼다. 그것이 경남도에서 내려온 입김 탓인지, 아님 송 시장을 비롯한 시 집행부의 설득 때문인지 알 순 없으나 예산심사 과정이나 시정질문 때 늘 당당했던 의원들의 모습이 초라하게 바뀌는 순간이었다.

사실 경남도 지침에 따라 사천시가 마련한 서민자녀지원예산안은 여러 의원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즉흥적이고 중복적인 경향이 있었다. 그만큼 무상급식비를 없애는 과정이 비정상적이었단 얘기다. 의회가 의사봉을 두들겼으니 되돌릴 수는 없겠으나, 보통의 아이들에게 밥 한 끼 공평하게 먹이는 게 옳은지, 그보다 저소득층 자녀에게 학원비를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게 나은 일인지 살피는 일은 숙제로 남았다.

이밖에 동지역 기숙형 학사와 특정고교 기숙사 건립 지원 예산은 의원들 합의로 전액 삭감했다. 그러나 이 또한 적잖은 숙제를 남겼음이다.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걱정하는 사천의 교육문제를 다른 어떤 방식으로 풀 것이냐는 숙제다. 숙제를 풀 시간은 길어야 1년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