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간 사천을 달궜던 ‘인재육성 학숙’ 건립 안이 사천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지역 인재의 외부 유출을 막고,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하며 세웠다는 사천시 사업계획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이다. 어느 고등학교에 기숙사 건립비로 시비 3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같은 운명이었다. 특혜시비 논란과 공교육의 근간을 뒤흔들 위험요소를 적절히 걷어낸 시의회 의원들에게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와 함께 찬사를 보내고 싶다.

입시지옥! 그 속에서 중하위권 성적 아이들이 가진 위치를 굳이 설명해야할까? 행여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그들은 입시경쟁에서 자신이 낙오했음을 알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지방의 ‘알 듯 모를 듯’한 대학을 다녀 봐도 그들의 미래가 별수 없음을 예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학교생활에 흥미를 느낄 수 없다.

학교에 늦게 가면 늦는다고 욕먹고, 알아들을 수 없는 수업에 졸기라도 하면 잔다고 욕먹고, 멍하니 앉아있기 심심해서 옆 친구에게 말이라도 걸면 떠든다고 욕먹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멍’때린다고 욕먹는 것이 이들이다.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 채 보충수업이랍시고 돈까지 내면서 아침부터 욕먹어야 한다.

이런 아이들을 외면하고 상위 5%에게만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인재의 외부 유출을 막겠다는 명분 자체도 언어도단이다. 5% 이내의 상위권이라면 서울이나 수도권, 적어도 대도시권 진학을 원하는 게 보통이다.

그들의 바람대로 진학이 이뤄지면 그 다음은 어찌될까? 대학을 졸업하면 또 그 지역에서 직장을 잡아 가정을 꾸리고 살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서울로 진학한 내 제자들이 대부분 그랬다.

성적이 뛰어난 그들에게 미래를 개척해 나갈 힘을 주는 건 좋다만 왜 꼭 그 아이들 만이어야 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중상위권이나 중하위권이나 도움이 필요하긴 매 한가지다.

지역인재는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서울로 진학한 이들 중 국가 고위직에 올라 지역에 이바지할 인재가 한둘 있기도 하리라. 허나 그것은 한참 뒤 일이다. 오히려 다른 큰 도시에 살면서 그 지역에 이바지하고 살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니, 차라리 중하위권 학생들이 우리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을 교육계와 협의하길 바란다. 그들이 우리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시라. 직장이 있으면 이곳에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을 것이다. 시의 세수도 늘릴 것이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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