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가 12일 사천시를 순방했다. 홍 지사는 이날 사천의 각종 현안들을 보고 받고 건의사항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사천시로선 항공MRO산업을 위한 경남도의 지원책 유도, 제2사천대교의 조기 건설을 위한 지방도1001호선의 국지도 노선체계 변경이 최대 관건이었으나 홍 지사는 끝내 즉답을 피했다. 보고 장소를 사천시청이 아닌 사천체육국민센터로 옮기면서 관계 공무원과 시민 등 400명이 넘게 지켜보도록 한 사천시로선 아쉬운 대목이었다.

반면 홍 지사는 순방 내내 유쾌한 표정이었다.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적극 밝혔다. 장시간에 걸쳐 항공국가산단의 중요성을 알렸고, 그 과정에 자신의 역할이 대단히 컸음도 강조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좀 참으면 사천시는 물론 경남도 전체가 항공산업으로 먹고 살게 될 것이라는 ‘달달한’ 얘기도 아끼지 않았다. 인근 진주시와 협력도 당부했다.

그런데 그 다음 얘기는 사천시민들의 자존심을 살살 건드는 대목이다. “사천, 진주가 안 싸웠으면 좋겠다. 걸핏하면 싸우고 이러니까, 도 입장이 굉장히 불편하다. 다 같이 한마음으로 갔으면 좋겠다.” 정촌뿌리산업단지 조성사업을 두고 진주시와 갈등하고 있는 점을 꼬집은 셈이다.

경계가 닿아 있음은 물론이요,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생활권마저 상당히 겹치는 두 지자체가 홍 지사의 말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서로 협력하며 나가야 함은 마땅하다. 항공산업이란 파이를 나눠 먹기 위해선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도 함께 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선의의 경쟁까지 막을 순 없다. 진주시가 서부경남의 중심도시인데다 문화교육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으니 도시경쟁력으로 볼 때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천시로선 그런 여유가 없다. 산업을 아무리 키워도 인구증가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 조바심도 있다는 얘기다. 나아가 뿌리산단은 사천시민들에게 실질적 피해를 줄 수 있으니 꺼림직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남강댐방류에 따른 피해와 진주광역쓰레기매립장의 진주 독식 등 과거를 조금만 거슬러 역사를 살펴도 오늘날 사천시민들의 마음바탕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일이다. 사천시민도 진주시민과 그저 허허 웃으며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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